[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⑨] 비정규직 못지않은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피해자, 자영업인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⑨]
비정규직 못지않은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피해자, 자영업인
‘사장님’ 소리는 옛 말, 곳곳에서 폐업 위기
2008.11.25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자영업, 한 때는 직장 상사와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꿈이었다. 작지만 내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며 중산층을 대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정규직에 이어 사회 양극화와 생활고를 나타내는 집단이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중산층이 아닌 자영업인

음식점, 목욕탕, 미용실, 카센터, 옷가게와 거리의 포장마차까지 문을 닫는 상황이다. 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휴업하거나 폐업한 음식점은 18만여 곳에 이른다. 대한제과협회에 가입된 제과점 수는 현재 8,000여 개로, 5년 전 2003년 말 1만 6,000개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최근 한 달 동안 400~500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대한미용사중앙회도 지난해에 비해 1,500여 곳의 이미용 업소가 문을 닫았다고 집계했다.

2005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인 전체의 월소득 평균은 171만 원으로 임금 노동자의 월소득 평균인 178만 원보다 낮았다. 노동조건 역시 열악하여 자영업인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8.3시간이며, 월 근로일수는 25.1일이다.

통계청은 올해 상반기 자영업인 수를 594만 5,000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제조업 종사자 400만 명과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을 합친 수와 비슷하며, 전체 취업자 2,300만 명 중 25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과 일본의 취업자 중 자영업인 비율이 각각 약 7퍼센트와 9퍼센트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기형적 구조

우리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경우 1인당 요소소득(임금+영업이익)은 1,139만 원 수준이다. 제조업의 1인당 요소소득이 4,033만 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또한 전체 자영업 중 서비스업이 70퍼센트 가까이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도소매, 음식숙박업종사자가 36퍼센트에 이른다. 자영업 인구가 좋은 일자리인 고수익의 전문직이 아니라 영세한 개인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자영업의 증가가 비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의 자영업은 90년대 정부의 농정포기 정책으로 농업이 붕괴하고, 외환위기 후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감행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후 2003년 카드대란으로 한차례 폭풍을 지난 후 2007년 말부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폭풍을 지나고 있다. 여기에 향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다시 자영업으로의 인구 유입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에서 자영업은 갈 곳 없는 곳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것이다.

지역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되어야

그런데 이제 그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리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국내소비 위축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속히 늘어난 대형할인점과의 경쟁 및 과잉공급 상태라는 근본적인 문제점까지 갖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인하, 부가가치세 인하, 재료비 안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이미 지난 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카드 수수료 인하는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카드가맹점단체협의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시기에 가장 필요한 소상공인대책으로 ‘카드 수수료를 대기업 수준으로 인하’가 1위(52.7퍼센트)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세금 경감’(43.6퍼센트), ‘소상공인 정책자금 및 신용보증 확대’(30.0퍼센트), ‘대형마트 등의 사업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21.8퍼센트)가 꼽혔다.

하지만 한국사회 특유의 기형적인 자영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금 부문에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공급과잉에 처한 자영업의 하위층을 흡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영업인 스스로는 지역에서의 협동조합 건설이나 대안 금융기관 설립 등의 연대를 통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사회주체들 역시 자영업인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도시연대, 지역운동의 한 주체로 각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자영업인

사회 일반적으로는 ‘자영업자’라는 용어가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하는 사람들은 ‘기업인’, ‘기업가’라고 부르지 ‘기업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영업자’는 영세 자영업 종사자들에 대한 다소 낮은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용어로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는 ‘자영업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aper=20081125110642149&pcd=EC04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 ⑧] 대기업과 은행의 횡포, 정부의 무심함에 우는 중소기업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 ⑧]
대기업과 은행의 횡포, 정부의 무심함에 우는 중소기업
원자재가 상승, KIKO 피해, 고금리의 3중고
2008.11.18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금융위기의 뒤를 이어 본격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되고 있다. 수출둔화와 내수부진, 자금 경색으로 건설업, 금융업, 제조업이 모두 위태롭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힘든 최악의 경제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비지니스 프렌들리’라고 자처했던 경제 대통령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견실한 중소기업의 도산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의 자살 소식은 이제 너무 흔해졌다.

전체 고용의 88퍼센트 책임지는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중소기업법에 의하면, 각 업종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근로자수 300인 미만 자본금 80억 원 이하를 중소기업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상시근로자수 1천 명 이상,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제외하도록 상한 기준을 두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2006년 기준 약 300만 개이며, 고용된 종사자수는 약 1,240만 명이다.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살펴보자면 전체 기업의 99.9퍼센트이며, 전체 고용의 88퍼센트로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직장인 10명 중에 9명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것만 같은 삼성그룹의 전체 고용인원은 2007년 기준 약 26만 명으로, 중소기업 전체와 비교한다면 약소할 뿐이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묵묵히 우리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일해오던 중소기업이 올해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가장 먼저 중소기업에 타격을 준 것은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원자재가 폭등이다. 금융위기로 월가에 집중되어 있던 금융자본이 원자재와 식량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고, 이는 국내 중소기업에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기업은 원자재가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았다. 일부는 오히려 납품원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고철과 선철의 경우 지난 10년간 각각 190퍼센트, 121퍼센트씩 가격이 올랐으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물제품 가격은 20~30퍼센트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 외에 설명할 말이 없다.

300만 개 중소기업이 연쇄도산 한다면

이 때문에 올해 2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파업까지 했다. 중소기업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원자재가 상승을 납품가에 연동시켜 반영하도록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 의한 자율교섭’을 내세우며 이를 반대했다.

중소기업에 닥친 두 번째 어려움은 KIKO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KIKO는 수출기업들이 극심한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해 은행과 체결한 계약이다. 그러나 손실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은행과 갑작스러운 환율 폭등으로 중소기업은 오히려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최근 중소기업 ‘성진지오텍’은 KIKO로 인해 2,974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인 1,100억 원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수치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미 6월에 KIKO가 불공정 계약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은행연합회 편을 들어주었다. 현재 120여 개의 KIKO 피해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해놓은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들어서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것이 금리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는 늘어나는데 은행들이 자체 자금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다. 올해 7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5.6퍼센트를 유지하다가 8월에는 1.8퍼센트, 9월에는 1.9퍼센트로 급격히 위축되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직접 지원 필요

설령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평균 7퍼센트 이상의 대출금리를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 2005년 이후 중소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현재 중소기업의 40퍼센트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믿고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없다. 결국 정부가 방출한 돈은 정작 필요한 중소기업에 지원되지 못한다.

이렇듯 우리의 중소기업은 원자재가 상승, KIKO 피해, 고금리로 인한 자금 부족의 3중고를 한꺼번에 겪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중소기업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직장인 10명 중에 9명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중소기업을 단순한 보호 지원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구조를 세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aper=20081118100850267&pcd=EC04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⑦] 수출만이 살 길! 언제까지 그럴래?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⑦]
수출만이 살 길! 언제까지 그럴래?
국민경제의 선순환에서 이탈한 수출, 내수경제 활성화가 답
2008.11.11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한국경제에서 ‘미국’이 갖는 절대적 위치만큼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출’이다. 국토도 작고, 자원도 없는 우리는 수출을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수출주도형 경제’에 대해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보았기 마련이다. 40대 이상이라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은 국력의 총화”라는 표어도 낯이 익다. 한미FTA에 대한 열망 역시 ‘수출해야 잘 산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사실 우리가 미국에게 절절매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도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수출 대상 국가이기 때문이다.

수출 5000억 달러 달성, 가능할까?

우리의 수출액은 2006년 최초로 3,000억 달러를 초과했으며 2007년에는 3,714억 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전망치는 4,400억 달러로 예상된다. 국가별로 보자면 2007년 수출액을 기준으로 대미국 수출이 약 12퍼센트, 대중국 수출이 약 22퍼센트를 차지한다. 수출품목으로 보자면 자동차,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의 상위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10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0퍼센트가 늘어나 약 378억 달러이며, 무역지수는 약 1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에 고무되어서인지 지식경제부는 내년 수출액 목표를 5,000억 달러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내수도 부진한 마당에 침체된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련을 겪고 있다. 미국은 금융기관부실뿐 아니라 가계부실의 확대가 이어지면서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2009년 미국경제는 0.4퍼센트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퍼센트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1000원 투자하면 600원의 부가가치 창출

만약 우리가 5,00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려면 5,000억 달러의 물건 혹은 서비스를 사주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특히 미국은 수입할 여력이 없다.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5,000억 달러 수출이 과연 가능할까? 국내 경제연구소들 역시 내년 수출 증가율이 8퍼센트대의 한 자리수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이 약 20퍼센트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이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수출이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하나와 더불어 수출을 늘리는 것이 정말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가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이다. 수출이 1단위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크기를 나타낸다.

한국은행이 5년마다 펴내는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2005년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617이다. 즉, 1,000원어치를 수출하면 617원만이 국내에서의 생산과 고용 등의 부가가치로 창출되고 나머지 383원은 소재 및 부품 구입을 위해 해외로 지출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도 같이 늘어난다.

이에 비해 같은해 투자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795, 소비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41로 수출에 비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을 알 수 있다. 이것만 놓고 보자면 1,000원을 투자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낳는 것은 국내 소비이며, 가장 적은 효과를 낳는 것이 수출이다.

서민 경제와 괴리된 수출

또한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의 수출 주력 상품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 아니다. 게다가 주로 몇몇 대기업들이 수출로 이득을 볼 뿐 자영업과 중소기업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수출이 아무리 잘되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의존한 수출은 우리 경제를 항상 불안하게 만든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조금만 나빠져도 우리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 없이 살거나 수출을 경시할 수는 없다. 다만 수출에 대한 맹목적 추종 대신 우리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제성장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외부충격으로부터 버틸 수 있으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며, 일자리도 늘리고 국내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은 다름아닌 내수경제 활성화에 달려 있다. 언제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 국제수지

한 나라의 거주자와 다른 나라의 거주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거래를 기록한 것. 한 국가의 가계부와 같다.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이루어지며, 보통 경상수지와 혼용하여 쓰인다.

▶ 경상수지

국제간의 거래에서 자본거래를 제외한 경상적 거래에 관한 수지. 일상적인 대외거래의 결과 나라 안팎으로 들어오고 나간 외화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로 구성된다.

① 상품수지 : 다른 나라와의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외화의 차이
② 서비스수지 : 다른 나라와의 서비스 거래에서 발생한 외화의 차이. 우리나라의 비행기나 배가 물건을 나르고 외국으로부터 받은 운임,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여행경비, 외국에 지급하는 로열티 등이 포함된다.
③ 소득수지 :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 사이의 투자의 결과로 발생한 외화의 차이. 외국에서 벌어온 임금, 투자해서 받은 배당금이 포함된다.
④ 경상이전수지 : 우리나라 거주자와 외국 거주자 간에 무상으로 주고받는 외화의 차이. 해외교포들이 국내 친지에게 보내온 송금, 외국으로 보낸 기부금과 구호물자 등이 포함된다.

▶ 자본수지

국제간의 거래에서 실물(서비스 포함)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 자본의 이동에 따른 거래에 관한 수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를 하거나 정부가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오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 무역수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 1998년 IMF가 정한 국제기준에 맞춰 국제수지표를 바꾸면서 무역수지 대신 상품수지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에 비해 포괄 상품의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선박과 항공기의 운항을 위해 외국에서 구입한 연료와 보급품 및 수리비가 추가로 포함되었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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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⑥] 치솟는 금리, 은행마저 믿지 못하는 불안한 경제가 원인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⑥]
치솟는 금리, 은행마저 믿지 못하는 불안한 경제가 원인
월급은 그대로, 펀드는 반토막, 대출이자는 늘어나
2008.11.04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뭐 하나 도와주는 게 없다. 물가가 오르고, 주가와 펀드가 하락하고, 환율이 오르더니 이제는 금리까지 치솟고 있다. 금리란 쉽게 말해 이자다. 이자가 치솟고 있으니 돈 빌린 사람들, 빚지고 사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그런데 카드 대금부터 시작해서,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 대출, 주택마련 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 우리네 이웃의 거의 대부분이 빚을 지고 살아간다.

10월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8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의하면 8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503조 999억 원으로 500조를 돌파했다. 이 중 주택담보 대출이 232조 898억 원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8퍼센트, 고정금리 1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다. 금리 인상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준금리 내려도, 은행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아

금리란 앞서 말했듯이 이자, 즉 ‘돈의 가격’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빌려 쓸 때 덤으로 붙는 대가이다. 금리도 상품가격과 마찬가지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돈을 빌리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떨어지고, 그 반대이면 올라간다.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곧 시중의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물가와 경기를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를 높이면 시중의 통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는 떨어지고,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시중의 통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는 올라가고,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

지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75퍼센트 포인트 인하하여 4.25퍼센트로 떨어뜨렸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의 악화를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올 초 5퍼센트였던 기준금리는 물가 안정을 위해 8월에 5.25퍼센트로 인상되었다가, 10월 초에 5퍼센트로 다시 인하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번에 0.75퍼센트 인하라는 과감한 조치와 함께 4.25퍼센트로 인하되었다.

그런데 다른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는 하락했는데,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는 하락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은행이 어떤 자금으로 대출을 하는지 살펴봐야 하겠다. 우선 은행은 예금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예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채와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한다. 이것들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채와 CD의 금리는 대출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신문에 흔히 나오는 “CD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오르게 되었다”는 말은 이를 뜻한다.

정부에 은행채 매입 호소하는 은행들

그런데 최근 자금조달의 한 축인 은행채 시장이 문을 닫을 지경으로 침체되었다. 금융위기로 경제주체 사이의 불신이 쌓이면서 금융거래가 끊겨 버렸고, 국채 다음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은행채 마저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가 탄 은행은 은행채를 팔기 위해 이자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고, 높아진 이자는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결국 현금이 돌지 않아 은행채가 팔리지 않는 것이 근본문제이니 기준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 이렇게 발생하는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차이를 스프레드(가산금리)라고 부른다.

결국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팔리지 않는 은행채를 누군가 사주는 것이다. 다들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은행채를 사줄 수 있을까? 바로 국가이다. 국민연금이 10조 원의 은행채를 매입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그것으로 부족하다며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25조 원 가량의 은행채를 한국은행이 모두 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은행 지분 매입은 물론 아예 은행 국유화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리도 그렇고, 환율도 그렇고, 주가도 그렇고 문제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적인 작동원리가 멈춰버린 데에 있다. 가장 완벽하고 공평하고 영원한 존재인 듯 추앙받던 시장이 위기 앞에 무능력한 초라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거기에 그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근대 경제 체제는 없다” 는 2001년 노벨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의 말을 새겨들을 때이다.

▶ 기준금리(Base rate)

한 나라의 금리를 대표하는 정책금리로 각종 금리의 기준.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담당한다. 1999년부터 시행해온 콜금리 운용목표제에 따라 콜금리가 기준금리역할을 해왔으나 2008년 3월부터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한은 기준금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매주 목요일에 시장에서 7일 만기 RP를 매매해 정책금리를 유지한다.

▶ 금융통화위원회

한국은행의 합의제 정책결정 기구. 중앙은행의 기능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중립적인 정책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한국 증권업협회 회장이 각각 1인씩 추천하는 임명직 위원 6인과 당연직 위원인 한국은행 총재 본인을 포함하여 총 7인으로 구성된다.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s)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흔히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에서도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조절하거나 예금은행의 유동성 과부족을 막기 위해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또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수신 금융상품의 하나로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도 있다.

▶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은행의 정기예금을 채권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 은행이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이 필요할 때 주로 활용하며,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국내 단기 금리의 지표로 활용된다.

▶ 가산금리(스프레드, Spread)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와의 차이로,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 위험이 적으면 낮아지고, 위험이 많으면 높아진다. 기준금리는 큰 변동이 없으므로 통상시장에서는 가산금리의 변동을 체크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aper=20081104163309263&pcd=EC04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⑤] 구제금융,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⑤]
구제금융,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계경제 위기를 한국경제 새 구조 만드는 기회로
2008.10.28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구제금융,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7,000억 달러를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로 가장 먼저 결정을 내렸으며, 독일 5,000억 유로, 프랑스 3,600억 유로에 이어 최근 중국마저 1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민들이 구제금융을 반대한 이유

그런데 각국의 구제금융 결정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인 금융회사만 구제해주고 정작 피해를 받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구제책은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이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이 하원에서 한 번 부결되었던 것도 국민들이 지역의원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법안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민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70퍼센트가 ‘투자은행이 파산해도 구제금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대답할 정도이다. 프랑스의 야당인 사회당 의원들은 “정부가 부담하게 되는 구제금융은 결국 국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었을 때, 우리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빠져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왜 반대할까? 실제 국내 언론은 법안 부결을 두고 “포퓰리즘”(한국경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는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

국민 정서 자극하는 ’금 모으기’에 이어 ’달러 모으기’까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온 국민이 금모으기에 나서지 않았던가? 당시 은행마다 집에서 갖고 나온 금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연출되었다. 회사가 힘들다는 말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비켜준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위해 약 170조 원의 공적자금, 다시 말해 우리의 세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은 올해 6월말까지 약 54.4퍼센트밖에 회수되지 못했으며, 그렇게 해서 이겨낸 경제위기 끝에 더 힘들어지는 것은 국민들뿐이었다. 이제는 달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마당이다.

이제 우리도 구제금융에 대해, 국가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해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구제금융인지, 누구를 위한 국가경제인지 말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에 대해 총 1,000억 달러 내에서 3년 동안 지급 보증을 하며, 300억 달러를 추가로 시장에 공급하고, 펀드 가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이지만 결국 은행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것은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더불어 경제의 외부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외화반출을 금지하는 등의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때이다.

위기를 경제 구조 변화의 기회로

미국 국민들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국민을 구제하라”고 주장한 덕에 그나마 ‘예금보호 한도 상향’ 등의 민심 수습용 조항을 법안에 추가할 수 있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는 97년 외환위기를 한국경제의 구조전환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놓쳐버렸다. 다시 한 번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위기가 다가왔으며,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다.

문득 요즘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외신을 모아보니 대략 이런 모습이다.

“미국 41개주 경기침체 상태”( 2008.10.22)
“금융위기 후폭풍 미 ‘감원 태풍 속으로’… 미시간주서만 2만 8300명 해고”( 2008.10.22)
“자산가치 모기지 대출금 밑도는 현상 심화, 약 1200만 명 가량 언더워터 직면”( 2008.10.22)
“미 소비자, 침체전망에 약값도 아껴… 대학서는 학업 중단.연기 속출”( 2008.10.22)

▶미국 구제금융법안

공식 명칭은 ’2008 긴급경제안정화 법령(EESA. Emergency Economics Stabilization Act of 2008)’ 이다. 무너진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으로 2008년 10월 3일 최종 통과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 증권을 통해 마련한 7,000억 달러로 금융 부실 자산 매입 △ 자산을 인수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진 스톡옵션과 연봉 제한, 정부가 해당 기업의 주식 매입(의결권은 없음) △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개인당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 △ 주택 보유자들에게 최대 1,000달러까지 세액 공제, 세금 1,490억 달러 감면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가 민간 부문의 지급보증 펀드를 조성하여 부실자산 보증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④] 달러가 더 이상 ‘달러’ 역할을 못한다면?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④]
달러가 더 이상 ‘달러’ 역할을 못한다면?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기축통화로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달러
2008.10.21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G7, G20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각국의 공조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과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의 5개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이 원하는 만큼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달러가 부족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를 새로 찍어서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13일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급등했고, 시장의 불안감도 누그러진 듯 보였다.

달러가 부족해? 그럼 더 찍어!

돈이 없으니 돈을 더 찍어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대책은 너무 단순해서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국통화인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만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의 기본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예를 들어 국제 유가의 경우 달러를 기준으로 일단 가격이 정해지고, 각 나라의 통화를 달러로 환산하여 값을 지불하게 된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은 3가지 정도인데 첫째, 그 통화에 대한 수요와 실제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둘째, 화폐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적은 거래비용으로도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통화의 안정성과 신용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결국 세계패권을 쥔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셈이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금과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국제무역이 확대되자 금의 공급량이 무역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경제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파운드화 역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다국 통화체제로 전환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국의 지위가 현저히 높아지자 달러의 지위도 급부상한다.

브레튼우즈 체제, 달러가 세계의 중심이 되다

그 결과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이는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 각국 대표들이 모여서 금 1온스 당 35달러를 기준으로 달러를 금과 일정 비율로 교환하는 ‘금-달러 본위제’와 다른 나라의 통화를 달러에 대해 일정 비율로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를 약속한 것이다. 종전 후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와 달러가 차지하는 절대적 우위 덕분에 가능해진 국제경제 시스템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20여 년간 지속되다가 1971년 붕괴한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출혈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이 달러화에 대한 금태환(달러를 정해진 비율의 금과 교환해주는 것)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제통화체제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한다. 이후 미국 경제의 심각한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로 인해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되면서 달러 체제 역시 악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미국 중심의 현대 경제 시스템, 신자유주의 금융 시스템을 받쳐온 중요한 기둥이다. 세계 경제를 유통시키고, 신용의 도구가 되는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열심히 달러를 찍어내서 열심히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외환보유고를 걱정할 일도 없고, 우리처럼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일도 없다.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질서는?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고, 달러 유동성도 위기에 처하면서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된 후 이런 우려가 더 심해지고 있다. 달러의 무제한 공급이 지금 당면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달러 중심의 경제, 미국 중심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음을 뜻한다.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통화와 체제, 질서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나 세계무역기구(WTO) 총장 등은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은행 총재 역시 지난 총회 연설에서 “새로운 다자간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가 기본 전제부터 뒤바뀌는 역사적 순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도.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협의하여 탄생한 국제적인 통화제도 협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이 협정을 통해 설립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월해진 미국의 지위가 반영된 결과이며, 1971년 베트남 전쟁으로 적자가 쌓인 미국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붕괴된다.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 system)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는 제도. 금본위제도 하에서의 환율제도가 대표적이며, 절대수준으로 고정시키는 경우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상하 소폭의 변동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율 변동에 의한 국제수지의 조정이 불가능하여 불균형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다.

▶변동환율제(Floating exchange rate system)

환율을 고정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변동하는 제도. 시장의 수급관계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므로 자율적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변동이 심할 경우 환율이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다. 변동이 심할 경우는 통화당국이 개입하기도 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③] ‘닥달사’의 공포가 가져온 환율 상승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③]
‘닥달사’의 공포가 가져온 환율 상승
수입원가 상승, 중소기업 흑자부도, 외환보유고 비상
2008.10.14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닥본사, ‘닥치고 본방송 사수’를 줄인 인터넷 신조어로 ‘다시보기’ 서비스 등이 활발해진 요즘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만큼은 본방송 시간을 지켜서 보자는 뜻이다. 이 말을 빌려 요즘 경제상황을 표현하자면 닥달사, ‘닥치고 달러 사수’가 되겠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믿을 것은 지금 당장 내 손에 쥔 달러밖에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공급은 멈추고, 달러 수요는 널렸다

이 같은 전세계적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작년 말 930원대였던 환율이 최근 하루에 50원 가량씩 급상승하여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달러와 원화의 교환비율이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의 가치는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달러를 팔겠다는 사람은 없을 때 환율이 상승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이 이외에도 현재 환율을 상승시키고 있는 요인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외국인 주식자금의 이탈이다. 월가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외국인들이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꾼 후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순매도 주식은 38조 6,691억 원으로, 약 3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보유고 감소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142억 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환율정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는 집권 초기 수출증대를 통한 7% 성장을 외치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시중의 달러를 계속 사들였다. 달러는 귀해졌고, 수입물가는 상승했다. 그러더니 7월부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저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달러 가치를 저렴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은 싼값에 달러를 얻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친 탓에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던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리라는 점이다.

일관성 없는 환율 정책이 문제 악화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일단 해외에 돈을 보낼 때 부담이 증가한다. 똑같은 1달러를 보내도 예전에는 900원을 환전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1,300원을 환전해야 한다. 수입물가도 상승한다. 물건을 수입하려면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데, 달러의 가격이 상승했으니 물건값도 오르는 것이다. 수입원자재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IKO에 가입된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심각해진다. 9월 말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KIKO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면서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이 1,200원선까지 오르게 되면 68.6%가 부도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미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지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흑자를 내고도 부도에 이르는 흑자부도에 몰리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환율 상승과 함께 외환보유고 확보가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고는 2,396억 7,000만 달러이다. 전달보다 35억 3,000만 달러 줄었으며, 올해 들어 총 226억 달러가 줄었다. 정부는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발생한 일임을 생각했을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의 국제적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보유고 확보는 더 중요해진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경제, 멈춰버린 화폐

‘환율대란’, ‘패닉’, ‘공포’ 라는 비명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도 50억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부족한 달러를 정부가 방출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달러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달러가 돌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달러를 아무리 풀어도 서로 제 주머니에만 묶어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하루짜리 대출도 쉽사리 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온 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 혈액이 딱 멈춰버린 꼴이다. 말 그대로 ‘경색’이다.

지금의 불신이 폭발하여 모든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찾거나, 모든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회수하는 뱅크런과 펀드런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말로만 듣던 ‘공황’이 우리 앞에 와있다.

▶KIKO(Knock-in Knock-out)

일정한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 환차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환헤지 파생상품. 환율이 계약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종료되고, 계약 구간 위로 올라가면 원금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KIKO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고환율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외환보유고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규모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국가가 급하게 필요한 자금 수요에 대비하여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는 외국돈, 외환의 규모이다.

▶외국환평형기금

달러 등 외화의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고 원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기금. 1967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라 부른다.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은행에 돈을 맡기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부실해지거나 경제가 불안해져서 예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펀드런(fund run)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고 몰려드는 상황을 말한다.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투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 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②]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공매도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②]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공매도
이론과 다른 현실, 그래서 규제가 필요
2008.10.07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200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인구는 444만 명이다. 직접 주식을 구입하지 않아도 펀드를 통해 연결된 인구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그래서 444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오를지 고민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그런데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주식거래가 있다. 바로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공매도(short selling)이다. 공매도는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재매입해 상환하여 차익을 남긴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본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는데,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현재 1만 원인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주식의 원래 소유주인 A에게 100주를 빌린 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내 손에는 100만 원이 들어온다. 그 후 예상대로 주가가 20% 하락하여 8천 원에 거래될 때 다시 100주를 구입하여, A에게 갚는다. 빌린 주식을 갚고 나서도 최종적으로 2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은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공매도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남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한 후, 결제일에 이를 지급하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연 2~4%의 수수료를 내고 증권사나 증권예탁결제원, 연기금 등에서 주식을 빌릴 수 있으며, 통상 대차기간은 1년 정도이다.

문제는 공매도가 주가 폭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고의적으로 악성 소문을 퍼뜨려서 특정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킨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물론이며 멀쩡한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9월 위기설’이 퍼졌을 당시, 외국인 투기 세력은 대대적인 주식 공매도를 감행하여 증시 불안을 최고도로 증폭시켰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서 비싸게 팔아 주가 폭락을 조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빌린 주식을 사고 차익을 챙겼다. 그들이 차익을 챙기고 있는 동안 많은 이들은 폭락한 주가를 보며 가슴을 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장난치는 투기세력과 속타는 투자자

실제로 올해 8월까지 국내 증권 시장에서 거래된 공매도 규모는 27조 4천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나 급증했다. 그리고 주식 대차거래 중 93.%가 외국인이었다. 국내에서 주식 대여를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연금 역시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조 5천억 원 어치의 주식을 외국계 증권사에 대여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공매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 10여 개의 국가들이 공매도에 제한을 걸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에 공매도 관련 정보공개 요청 및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이어서 30일에는 당분간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과열된 주가 상승을 진정시키고,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들어 공매도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공매도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주식시장의 폭락을 조장하고, 외국인 투기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 때문에 한 푼 두 푼 벌어 펀드에 붓고 주식에 투자하는 444만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 뿐 아니라 파생상품 역시 위험분산이라는 초기 목적을 벗어나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기 도박이 되었다. 현실은 이론과 다르며, 그래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 속에서나 가능한 ‘시장의 자유’를 끊임없이 외치는 이들은 바보이거나 투기꾼, 둘 중에 하나이다.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공매도 재매수. 공매도한 주식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매입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년 이내에 돌려줘야 하며, 주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3거래일 내에 돌려줘야 한다.

▶업틱룰(uptick rule)

호가 금지 규정.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는 공매도를 할 수 없으며, 상승 중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도입되었다.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영국의 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사에서 발표하는 지수.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Morgan Stanely Capital International)과 함께 세계 2대 투자지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한다. 그간 선진신흥시장에 있던 한국은 지난달 18일에 선진시장으로 편입되었다. 우리 정부는 선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했으며, 공매도 규제 완화는 FTSE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 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aper=20081007101744125&pcd=EC04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①]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대량살상금융무기’ 파생상품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①]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대량살상금융무기’ 파생상품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금융은 위험한 도박판일 뿐
2008.09.30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쏟아지는 경제 뉴스 속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와 전문가들의 딱딱한 설명에 주눅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같은 세상에 경제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계신가요?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사건과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신가요? 여기 또 한 명의 경제 초보가 여러분과 함께 경제 공부에 나섰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최근 이슈가 되는 경제 문제를 선정하여,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기 쉽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메릴린치의 합병, 보험사 AIG의 구제금융과 미 재무부의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 결정,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금융 폭탄이 터지는 요즘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내 굴지의 금융기관이 줄파산을 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서 국가재정으로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자유’와 ‘규제완화’를 부르짖던 금융선진국 미국에게는 참으로 치욕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대규모의 금융위기가 발생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마이런 숄즈와 피셔 블랙이 개발한 ‘블랙-숄즈 옵션 가격 결정 모형’에서 시작된 파생상품은 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종류도 수천가지에 이르며, 전체 규모도 전세계 GDP의 10배인 600조 달러에 이른다. 옵션, 선물, 스왑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투기에서 시작된 위기, 파생상품이 확산시켜

전통적 금융상품인 현물상품은 예금과 적금, 주식, 채권 등으로 주로 자금조달의 수단이었다. 이와 달리 파생상품은 미래의 위험을 분산(헤지, hedge)시키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그것의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목적으로 사용된다. 흔히 듣는 ELS도 특정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변동 폭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며,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KIKO 역시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현재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인데, 여기에 파생상품이 개입하여 미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거품 붕괴로 끝날 일을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확산시켰다.

2000년대 들어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이 쉬워진 미국민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집값은 올랐고, 집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는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채권으로 MBS(모기지담보부 증권)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MBS를 다시 나누고 조합하여 CDO(부채담보부 증권)라는 좀 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MBS는 대출금 상환의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며, CDO는 MBS를 통해 수익을 얻을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여기에 MBS와 CDO의 원금상환을 보장해주는 CDS(신용디폴트 스왑)를 비롯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상품이 생겨난다.

복잡한 종류와 구성으로 위험 예측조차 힘들어

이런 파생상품은 헤지펀드를 통해 대량 매입되고 유통되었다. 금융 규제에서 자유로운 헤지펀드는 자산의 10배, 30배에 이르는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이를 ‘레버리지’라고 부른다)하여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파생상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헤지펀드가 연결되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그 은행에 투자한 전세계의 자본이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연결망의 출발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진다. 2006년 들어 금리가 높아지자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도 파산하게 된다. 부실은 파생상품의 연결망을 따라 헤지펀드를 파산시키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저 문닫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파생상품의 종류와 판매경로가 워낙 복잡하여 위험이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대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데 있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드와 금융기관이 무리하게 투기적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이를 통제할 적절한 금융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제받지 않은 자본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위험을 키운 것이다. 원래 미국에는 ’글래스-스티걸 법’이라 불리는 금융기관 규제법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끈질긴 로비에 1999년 폐지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한 2009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금융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신종 파생상품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규제완화로 인해 금융선진국 미국의 투자은행 3곳이 망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말이다.

▶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모기지담보부 증권)

주택담보 대출을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채권. 개인주거용 주택의 경우 RMBS(Residential MBS), 상업 부동산용 주택의 경우 CMBS(Commercial MBS)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하여 최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RMBS이다.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 증권)

MBS와 같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이를 신용등급별로 묶은 후 분할하여 만든 채권. 주택담보 채권의 일반적인 2차 파생상품이다.

▶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디폴트 스왑)

채권보증업체에게 신용보증수수료를 지급하고 신용위험시 원금상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파생상품. 주로 MBS나 CDO를 다량 매수한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많이 사용하며, 이 때문에 CDS를 판매한 채권보증업체들도 파산에 이르렀는데 대표적인 것이 AIG이다.

▶ 헤지펀드(Hedge Fund)

주식, 채권을 포함하여 주로는 통화 및 선물,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 100인 미만의 투자가로 구성되어 정식 법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레버리지(Leverage)

타인으로부터 빌린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 지렛대 효과라고도 한다. 금리가 낮고, 높은 수익률이 예상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나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도산위험이 높아진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 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cd=EC04&page=2&paper=2008093017034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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