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

번호 412627 | 2008.11.27 IP 129.254.***.226 조회 10775

1. 달러 약세 본격화

언제나 느끼지만, 선진국 경제는 말 그대로 참 교과서 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연방 재할인율 1% 인하와 7천억 달러의 금융권 지원책에 8천억 달러의 추가 지원 계획 발표로 미국은 1조 5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이 발표된 후, 비록 금융시장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이로인해, 미국 국채 가격의 폭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세로 달러는 약세가 되었습니다.

이전 10월에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국유화 되면서 유로화가 폭락한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대규모 구제금융에 대한 염려, 즉, 재정적자에 의한 국채 가격의 폭락에 대한 염려라는 점입니다. 통화의 안정성은 금리와 해당 국가의 재정적자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시경제학 교과서의 진리대로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달러 약세는 2009 회계년도에서 각국이 재정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한 재정정책이 이미 기정 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반면, 유로권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피하는 움직임입니다. 이 바람에 유로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미국 보다는 유로권의 움직임이 오히려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유로권은 2010년쯤에 대규모 재정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대신 맞 바꾼 것은 유로화의 상대적 강세가 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대규모 재정정책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금리를 낮출 여지도 없습니다. 일본이 뭔가 하려면, 일단, GDP 170%에 이르는 재정적자 부터 어떻게 해결을 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엄청 올려야 하고, 제로금리를 탈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시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세계공황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한국의 금리 운용에 대하여 다소나마 숨통이 틔었습니다. 기준금리간 스프레드는 이제 1.58% 차이가 되었습니다. 은행간 스프레드의 차이는 250bp 라는 점에서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의 외화채무 차환에 다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과 동시에 한국 채권의 다소간 이자율 하락을 가져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간 스프레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자체가 한국으로서는 위험입니다. 실은 스프레드가 없거나 오히려 역전되어야 정상입니다. 여전히 한국은 7% 이상의 금리인상이 필요합니다. 관련하여 이번 주 내로 그동안 생각해온 바를 경제학적 분석과 함께 실증적인 내용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 금융시장 상황

채권시장의 경우 외국인의 투기적인 IRS 재정거래가 감독당국에게 딱 걸려서, 한은의 RP 매입을 통해 20일 이후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현재는 금리선물 시장도 채권시장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채권 시장은 하향 안정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12월 부터 내년 1/4분기 까지 입니다.

한국의 2009 회계년도 예산안이 여전히 4% 성장을 가정한 상태로 예산안이 이루어질 경우 대규모 재정적자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2009년도 한국의 경제성장은 좋게 봐서 1%, 대체로 0%, 비관적으로는 -2~3% 정도 입니다. 제 아무리 대규모 경기부양을 쓰더라도 효과가 나타날 수 없는 구조 입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의해 성장율은 약 0.5% 정도 상승은 가능할 것입니다. 그게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경기부양책 이후 사태가 매우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2월 한국의 예산안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따라 2009년도 한국의 환율과 외환 상황이 사실상 결정됩니다. 물론, 한국의 전반적인 금융시장 상황도 결정되고요.

12월 결산 때문에 당분간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 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내년 1/4분기 까지 그렇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재정적자가 대규모로 확대될 경우, 원화의 폭락, 인플레이션의 발생은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2009년도에 한국은 대규모 건설업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자원을 여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습니다. 당연히 재앙이 초래될 것입니다. 이것이 왜 필요한 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다음 편에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3. Covered-Bond 관련하여

아마 내년도에 한국의 은행들은 구조화 카버드 본드를 본격 발행할 것 같습니다.돌아가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자통법만 발효되면 구조화 카버드 본드는 본격 발행될 수 있습니다. 일단, 외화표시 채권은 갚아야지요.

그리고 카버드 본드가 한국의 자산을 외국에 팔아치우는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 합니다만, 실은 한국의 은행들이 이미 6조원 약 60억 달러 상당의 주택담보대출을 지금까지 팔아 치웠습니다.

2006년도에 1조 2천억 규모로 팔았고요, 2007년도에 2조 2천억, 2008년도에는 상반기에만 2조 6천억을 팔았습니다. 아마,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없었으면 5조원은 더 넘게 팔았을 겁니다.

이때 한국의 은행들이 팔아치운 주택담보대출은 RMBS 방식으로 판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제 한국에서 발행되는 RMBS는 아무도 안 삽니다. 시간 되면, 그림까지 그려서 RMBS, 일반 Covered Bond, 제가 제안하는 구조화 Covered Bond 세가지의 차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부유출로만 본다면, RMBS 쪽이 가장 크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RMBS 발행 수수료에 RMBS 관련 재보험료까지 외국계 IB에 내야 하거든요, 최소 Covered Bond나 구조화 Covered Bond는 그것까지는 내지 않습니다.

4. 책 관련하여..

많은 분들께서 본인의 책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시고, 또 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책 쓸때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경제가 돌아가고 있던 때라서, 밤 새면서 정말 번갯불에 콩구어 먹듯, 책 썼습니다. 후에 변화된 상황을 책에 계속 반영했고, 수정했지만, 워낙 급박하게 쓰다 보니, 오탈자나 좀 잘못된 부분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십시요.

5. 향후 전망

단기적인 한국경제의 전망은 일단 12월이 문제가 됩니다.

아무래도 연말 결산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외화표시 채무 상환이 있어야 합니다.

추산하건데, 4/4 분기 최소 외화표시 상환이 약 800억불이고 이중 240억불 정도가 10월에 상환, 11월은 그보다는 조금 덜 상환, 그리고 12월에도 그 정도 보다 더 상환될 것 같습니다. 차환율이 IMF 때보다도 약 5%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보도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러 약세라 하더라도 추세적인 원화 강세는 아직도 이릅니다.

2009년 회계년도 예산안의 성격과 크기 방향에 따라 2009년도 환율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추세적 하락이냐, 1/4 분기 이후 반전이야가 결정될 것입니다.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이 10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갔다는 증거 입니다.

불가피 합니다. 한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되면 확실히 경상수지가 흑자가 됩니다. 문제는 서비스부분 수지에서 발생한 흑자액이 너무커서 지속적인 흑자기조가 유지될지는 의문입니다.

2009년도 한국의 수출 증대율은 -2~ 5%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반면 수입 증대율은 -35% 이상이 될 것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경우 수입 감소폭은 작아지겠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깊어질 수록 그 영향은 적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정책기조가 유지되는 한, 한국은 경제공황에서 탈출이 어렵습니다.

구조조정의 속도와 깊이는 너무 느리고 얕은데다, 결정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기 공황 탈출이 어렵습니다.

특히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대규모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것이 한국 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뉴딜”로 자신을 루즈벨트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현재의 정책기조가 유지되는 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한국경제가 언제 공황에서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는 단기적으로는 2009년 2월에 좀더 정확히는 2009년 1/4분기 중에 예측 가능할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구스타프 빅셀입니다. 그리고 다음의 찰스 킨들버거 교수의 말입니다.

“모두를 구하는 것은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412627

정부 부동산 대책이 왜 은행권에 자금 압박이 되는가? SDE (seok1612) 10.21 18:54

정부 부동산 대책이 왜 은행권에 자금 압박이 되는가? SDE (seok1612) 10.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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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antoma.hani.co.kr/board/ht_economy:001009/192304

이 글은 정부의 22일 부동산 대책이 왜 은행권에 자금압박이 되는지를 질문하신 것에 대한 답입니다. (어이없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라는 글과 연계 되는데 그 글을 쓴 이후 22일 대책에 대한 언론보도가 더 추가되어 그 부분도 함께 평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전 글에 어이 없다는 제목을 썼는데, 그 이후에 나오는 언론 발표들을 보니, 어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줄을 놓았거나 아니면 심각한 아이큐 부족 혹은 누군가 천년 만년 계속되는 고금리 시대를 노리고 정책을 만든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한 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번 볼까요

“정부는 가계대출의 양도성 예금 증서 금리를 하향 안정화 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금리 내리겠다는 의미 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서민 대출 부담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답니다.

1. 대출 거치 기간 늘리고 만기 조정 유도 ->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덜기

2. 투기지역 해제로 LTV 60% 상향 DTI 적용 해제 -> 대출 금액 높아짐

3. 처분 조건부 대출 2년으로 연장 + 투기지역 해제면 처분 조건부 대출 의무 면제

4. 건설사 발행 회사채 신용보강후 유동화 증권 채권 발행

5. 미분양 아파트 담보대출 허용

은행이 대 놓고 대출 하고 은행채 발행하는 것 아닙니다. 은행은 돈장사 이므로 은행에 들어오는 자금 시간표에 따라 대출액 정해 놓고 대출 하는 것입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은행이 무분별하게 대출 하는가 항상 감시 하고요…

1번 볼까요? 대출 거치 기간 늘린다는 이야기는 이제부터 들어와야 하는 원금이 은행에 안 들어온다는 소리입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1년에 원금10만원에 이자 10만원 들어와야 하는데 이자만 꼴랑 10만원 들어온다는 소리 입니다. 지금부터 20만원 들어올 것으로 보고 이익 5만원 떼고 남들한테 또 15만원 빌려 줬는데 대출 거치 기간 늘리면 나머지 5만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땅 파서 마련합니까?

주택담보대출액이 300조원에 가계대출 600조원입니다. 시간표에 따라 니제 부터 분할 원금 들어와야 하는데 원금이 안 들어오면 새로 어디서 돈 꿔와야 합니다. 그게 은행채고 CD 입니다. 안 그래도 은행채에 CD 원금/이자 갚느라고 금리가 이렇게 뛰었는데 은행채, CD 규모 축소는 고사하고 이전 규모에 이자 만큼에 또 그 만큼의 은행채 CD 발행해야 합니다. 금리가 내려가겠습니까?

2번 볼까요? DTI로 그나마 대출 줄여져서 올해에만 주택담보 대출 금액이 지금까지 19조원 입니다. 그런데 DTI 없어졌습니다. 그럼 대출 더 해줄 수 있지요?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은행 땅파서 장사합니까? 돈이 들어 와야지요. 1번에서 처럼 들어 올 돈도 안 들어오는데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납니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은행채 CD 또 발행해야 합니다. 1번 때문에 오르는 금리 만큼 또 오릅니다.

3번 볼까요? 은행이 처분 조건부로 대출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그걸 유예하고 심지어는 면제 해준답니다. 그 금액이 거의 12조원 입니다. 갑자기 졸지에 12조원 들어올 거 다 없어졌습니다. 어떡합니까 은행들? 은행채 CD 새로 12조원 발행 해야 합니다. 금리 또 오릅니다.

4번 볼까요? 건설사 발행 회사채, 지금 금리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건설사 AA급이 9%고 BBB급이 14% 입니다. 그 금리에 발행이 되나요? 한 두군데 빼고는 발행이 안됩니다. 아무도 그 금리에 회사채 발행 못합니다. 명동 사채시장 가면 연 25%는 되어야 겨우 할인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신용 붙여서 유동화 채권 만들어서 채권 시장에 공급하겠다?

지금, 건설사들 자금 사정 안 좋은 것 아시지요? 순식간에 수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일시에 쏟아지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4번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악화시켰다고 욕먹는 바로 그것

부채담보부 증권 CMO 입니다.

이곳 아고라에서도 엄청 욕먹었지요? CDS 하고 CMO 때문에 도대체 부실 규모 파악할 수가 없다고… 바로 그겁니다.

게다가 5번 볼까요? 이건 진짜 사기 그 자체 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한다?

아니 분양도 안되서 돈도 안 들어오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이건 아예 무담보 대출 하는 거 하고 똑 같은 겁니다. 봉이 김선달 입니다.

이건 서브프라임모기지 90% 빌려준 것 보다 더한 겁니다. 이건 300%400% 1000%로 빌려주는 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은행이 돈 빌려준다? 그럼 은행은 돈이 어디서 나서 빌려줍니까?

들어와야할 원리금은 이자만 겨우 들어오지요.

은행채 발행하려고 했더니 CMO 엄청나서 은행채 발행해 봤자 워낙 채권양이 많아서 물량 소화도 안되지요?

CD 금리 내린다고 했으니 CD 발행해 봤자 아무도 안 사니 이것도 안되지요?

고금리 특판예금 자제하라고 했으니 이제는 예금도 안 들어오지요?

외국에서 돈 빌릴려고 했더니, 벌써 부터 그런 건 꿈도 못 꾸지요?

은행에 돈이 어디서 들어옵니까?

은행의 CD와 은행채 잔액만 무려 250조원 입니다.

4/4 분기 이번에 만기 돌아오는 은행채 양만 25조원입니다.

건설사 도와준다고 토지공사에서 채권 발행액만 6조원 입니다. 새로 31조원 입니다.

미분양 주택 매입한다고 주택공사 채권 발행합니다. 이게 또 3 조원 입니다. 벌써 34조원 입니다.

게다가 CD 만기 돌아오는 거 어림잡아도 20조원입니다. 54조원 택이지요?

이번 4/4 분기에 이번 대책에 만기 은행채만 54조원 규모 입니다.

그런데 채권 만기가 은행채만 있나요?

종부세 없앤다고 지금 지방자체 단체들 지방채 지금 엄청나게 발행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금리 내려갈래도 못 내려갑니다.

일반 회사채는요? 이 나라에 건설업만 있나요?

지금 회사채 중에 제일 많이 통용되는게 SK 회사채 입니다. 왜? 기름 사야되니까요…

이 엄청난 채권 규모가 있는데 금리가 내려간다고 생각하시나요?

금리 폭등 합니다.

제가 고금리 정책 얘기 해서 욕 많이 들었습니다.

9.4%는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요? 9.4%? 어린애 장난 수준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은행 압박하면 은행은 돈이 없는데 엄청난 돈을 시중에 대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 부동산 대책이 은행권에 압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정부, 은행이 무슨 마르지 않는 금고인줄 아나 봅니다.

이번 대책에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공급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거의 없습니다.

국채 바이백 이거 최대 4조원입니다. 그런데 이번 4/4 분기에 국채 만기 거의 끝났습니다. 바이백 할 국채가 없습니다.

19일날 금융시장 대책 있었지요?

그 대책에서 나온 유동성으로는 이 엄청난 건설업 부양 대책에 필요한 자금 못 대 줍니다.

연기금으로 이 필요자금 10%도 대 주기 힘듭니다.

거기에 연말 자금 수요 겹치지요?

외국인들 리턴 들어가지요?

한국은행이 정신줄 놓고 헬렐레하면 이 자금 대 줄 수 있습니다.

한국 1년 예산의 거의 1/3을 3달 동안 시장에 퍼부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지금 벌써 한국은행에 대고 채권 매입하라고 난리 입니다.

무슨 돈으로 매입합니까? 한국은행이 무슨 돈으로?

통화증발 하라는 의미 입니다.

윤전기로 마구 찍어 내라는 소리입니다.

정말로 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 납니다. 안 날 수가 없습니다.

한은이 뒤에서 사기치면, 하이퍼 안 날 수 있기는 합니다.

앞에서 채권 사주고 뒤에서 통안 마구 팔면 되기는 합니다.

벌써 지표금리물 중에 유일하게 통안증권만 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왜 이 시점에 고금리 정책을 해야 하는가? SDE (seok1612) 10.19 01:55

왜 이 시점에 고금리 정책을 해야 하는가? SDE (seok1612) 10.1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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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antoma.hani.co.kr/board/ht_economy:001009/192139

현재,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화 창구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크레디트 라인

2. 경상수지중 무역수지와 서비스 수지

문제는 경상수지 부분인데, 9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도 무역수지가 완전 흑자 전환이 안 되었습니다.

10월 부터 12월 사이로 보았을 때 사실, 한국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무역수지가 한 달에만 약 80억 달러 수준의 흑자가 나야 합니다. (말레이지아의 약 50% 정도의 Robustness를 가정할 경우)

그러면 무역 수지 부분에서 약 240억 달러 흑자, 서비스 수지 무시하면 240억 달러 정도의 흑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정도 가지고는 솔직히 비관적인 상황에 대하여 거의 새발의 피라는 점입니다. 단지, 한국의 산업능력 자체는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의 증명이 될 뿐입니다.

현재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하루에 평균 약 25억 달러 수준의 외화가 필요합니다.

외화표시 채권 상환 + 무역금융 + 외국인들의 자본철수 등등 해서 말이지요…

따라서 240억 달러 수준의 무역 흑자도 실은 약 10일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실제적으로 가용가능한 외환보유고는 발표하는 외환 보유고의 약 절반 정도로 추정됩니다. 왜냐하면, 이전 정부때 하도 과도한 외환보유고라는 욕을 많이 들어서 여기저기 투자해 놓은 것들이 많은데, 이 채권들, 물론, 현금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함부로 현금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25억 달러 수준이면 한 달에 75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합니다. 지금이 10월이니까 앞으로 최소 225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 금액은 아마 순수하게 민간 보유 유동성을 제외한 금액이 될 것입니다.)

관건은 결국 외화표시 채권 상환의 롤 오버율을 높이고, 외국에서 외화표시 금융 투자금이 더 들어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채권 상환 롤 오버율이야, 사실, 한국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외화표시 투자금이 들어오는 방법외에는 현 상황을 제대로 극복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크레디트 라인은 꽉 막힌 상황 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미 금융위기 상황이니 자기들도 힘든 상황이므로 투자 여력이 없으며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남은 것은 중국과 일본인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 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한국의 은행등과 외국환 거래를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으로는 도저히 외화가 들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이 현 상황에서 외화를 들여올 방법은 홍콩 혹은 싱가폴을 통해 중국계 자금을 들여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들과의 거래를 중단 시켰다는 설, 특히 한국계 은행들과의 거래 중단을 지시했다는 설이 파다한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은행들에 유동성 위기가 임박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식 조차도 비 상식적이라는 판단을 국제 금융계가 이미 내렸다는 의미 입니다. (그것이 요즘 계속 되는 외국 언론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분석 기사입니다.)

그런데 홍콩이나 싱가폴의 경우 브릿지론을 통한다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프리미엄이 얹어져야 하는데, 한국의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리보금리에 얼마 더 얹어서 달러를 조달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차라리, 6.97%의 금리를 주는 홍콩이나 싱가폴의 중국계 은행에서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57% 입니다. 결국 러프하게 말해서 6.97 + 2.57 = 9.54% 는 되어야 투자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은행들 입장에서도 그 정도면 투자할 만한 레인지 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5%. 중국 금리보다도 무려 1.67%나 낮습니다.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외환을 끌고 올려야 올 수가 없습니다.

두번쨰로 이것이 더 중요한데요.

외환 부분 보다 한국의 은행권은 지금이라도 시급히 약 200조원의 민간 유동성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재 CD 및 은행채 발행잔고는 한국은행 발표에 의해서만 최소 250조원 이상입니다.

최근 은행예금이 7%가 되자 10조원 정도의 은행예금이 더 들어 왔다고 언론에서는 그러지만, 실은 특히 건설업과 음식료업 부분에서 자금 경색이 심화되며 이 쪽에서 수십조원의 기업예금을 인출해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저 원가성 수신 비율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법은 고금리로 빠른 시간내에 은행예금 부분으로 민간 유동성을 집중 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예대율은 급속히 떨어지며 은행 위기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거대 주택 건설사들 한 10개가 연쇄 부도를 일으키더라도 한국의 금융권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습니다.

또한 고금리로 인한 압박을 통해 기존 주택 담보 대출자들의 대출을 계속 회수하도록 하여 은행의 예대율을 떨어 뜨리고 다가오는 실물 위기, 즉, 건설사 부도로 인한 쇼크를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반 시장적이면서 대증요법으로만 급급한다는 점, 너무나 땜방 위주의 정책이라는 것이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위기의 근본은 예대율 문제 입니다.

다시 말해 너무 많이 나간 대출 문제 입니다.

이 대출을 급속도로 줄이고 수신을 급속하게 채워 넣으면 문제점은 해결 됩니다.

그리고 고금리라 해서, 과거 1997년 처럼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 되느냐?

절대 아닙니다.

현재 고금리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장 큰 업종은 건설업입니다.

다음이 음식료업 입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전자/자동차/제철/중공업/기계/화학등 일반 산업 부분의 경우는 정부의 발표대로 건전성이 유지 되고 있으며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편 입니다.

과거 1997년의 경우는 한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과 현금 흐름은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고금리 정책에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받고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2008년은 다릅니다.

최대 12%에서의 금리에도 한국의 주력 산업은 버틸 수 있으며 오히려 그 정도 금리라면 회사의 내부 유보금을 고금리 예금으로 옮겨 은행의 유동성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고금리 프로세스는 상황을 보아가되 현재의 모든 감세정책을 모두 중단함을 선언하고 정부의 정책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함을 선언해야 합니다.

두번째 유류세를 올려 실제적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피부로 긴축이 다가옴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이는 수요를 위축 시켜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현재로서는 경상수지 개선은 수출 보다는 수요 위축을 통해야 합니다.

세번째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후 실제로 금리를 1% 정도 올리고 다시 1%를 추가로 올려 일단 7% 수준으로 가급적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네번째 이로인해 대형 건설사들이 도산할 것입니다. 이 경우 채권 만기 연장을 통해 내년에 건설사들이 최종 부도 처리하도록 합니다.

다섯번째 금리 인상과 더불어 고금리 국채 발행을 서두르고 홍콩/싱가폴등의 은행들과 중국계 은행과 연계된 브릿지론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브릿지론은 최소 7% 이상의 국채발행이 가능하지 않으면 스왑시장을 통해 투자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여섯번째 브릿지론 유입 상태를 보아가며 금리를 9~12% 선으로 올려 외화와 은행 예대율을 떨어 뜨릴 수 있도록 합니다.

고금리 상태는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를 각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회복하게 되면 그 때 부터 본격적인 재정정책을 취해나가야 합니다. 감세정책은 무조건 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한국의 환율은1300원선, 노무현 시절 보다 약 30% 이상 절하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제 수준도 하는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 규모의 수준도 30% 축소 시켜야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 대폭락, 건설사 연쇄 부도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자금들이 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 합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한국 SDE (seok1612) 10.19 00:04

하이퍼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한국 SDE (seok1612) 10.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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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antoma.hani.co.kr/board/ht_economy:001009/192133

지난 7월에 제가 아고라 부동상 방에 이에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뭐 댓글들이 난리가 났었지요, 경제는 아는 놈이냐, 금리가 150% 500% 된다니 중학교는 나왔느냐…

어쨌건 검색엔진에서 SDE 하이퍼 정도로 찾아보시면 그 때 글 그대로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당시 예상했던 금융 상황의 변화와 정부의 금리 관련 정책이 거의 변화 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은 정확히 1929~1931년도의 세계 대공황의 메카니즘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세계적 규모의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웬 뚱딴지 같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교과서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대공황을 공부해 본적은 있습니다. 문제는, 이 당시 세계 대공황에 의한 피해와 이를 극복하던 노력을 “미국” 중심으로 배웠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 당시에는 1927년 세계 경제 회의를 통해서 1차 대전으로 인해 무너졌던 금 본위제 통화를 1928년 부터 다시 복구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국가들이 기축 통화로 영국의 파운드나 프랑스 프랑에 대한 불 태환 화폐 시스템에서 다시 금 본위제 화폐로 되돌아간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양상은 정확히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08년 현재를 살펴보면 그 어느 나라도 금 본위제 화폐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달러를 기축 통화로 유로와 엔이 각각 주 기축 통화로서 기능하는 불 태환 화폐 시스템을 대부분의 국가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의 화폐 가치는 외환보유고 + 금 + 통화량 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만약,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통화량이 급 팽창하면 달러, 유로, 엔을 제외한 국가들은 심각한 자국 화폐의 평가 절하에 직면하게 되고 이것이 급속도로 진행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됩니다.

디플레이션의 거의 사전적인 의미는 재화가 너무 많아져서 통화가 이를 충분히 카버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실은 매우 전형적인 “불황” 혹은 “공황” 과 같은 형태 입니다. 혹은 금융위기, 금융공황에 이은 실물 공황으로 전이되는 형태 입니다.

불황이나, 공황을 살펴보면 처음에 금융 부분에서 신용경색이 일어나며 금융 부분에서 돈이 돌지 않게 됩니다. 부도, 파산의 공포로 모두들 현금을 보유하려 하고 상품이나 재화를 구매하지 않으며 투자를 급속히 줄여버립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유동성 확보” 에 사활을 걸게 됩니다. 파산하지 않으려고요.

유동성 확보 쟁탈전이 진행되면 신용경색은 급속도로 금융공황의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금리가 폭등하고 기업 파산이 진행되어 당연히 상품들이 떨이로 판매되어 가격이 크게 하락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하락하게 되므로 “디플레이션”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입니다.

기축 통화국, 즉, 달러나, 유로, 엔을 사용하는 국가의 경우에는 이들 화폐의 신용 때문에 은행 혹은 금융시스템의 파산이나 부도를 막기 위해 무제한의 유동성을 중앙은행이 공급하게 됩니다.

달러, 유로, 엔의 경우에는 실은 외환보유고를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축 통화국이기 때문 입니다. 기축 통화국의 장점은 실은 자기 마음먹은 대로 불태환지폐를 찍어내도 이것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기축 통화국의 통화를 보유 함으로서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를 보전할 수 있으므로 이들 통화에 대한 수요는 실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동적으로 기축 통화는 어느 정도 퇴장되어 기축 통화국 중앙은행이 통화량 조절에 있어 많은 재량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심하게 발행되면 당연히 이런 기축통화도 화폐가치가 흔들려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기축 통화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는 금리인하, 통화량증발, 국채 발행등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서 이들 기축 통화를 계속 보유하려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화가 자국 밖으로 퇴장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 기축 통화국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금융공황이나 불황이 닥쳐 비 기축 통화국이 똑같이 금리인하, 통화량증발, 국채 발행을 하게 되면 통화가 퇴장 될 길이 없기 때문에 통화량이 급속히 증가 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 때문에 물가가 상승 하므로 빚을 갚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금리는 무조건 물가상승률 보다 높게 발행하지 않으면 아무도 채권을 사지 않습니다. 차라리 현물을 보유하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축적되어 계산되면 순식간에 금리는 수십 % 수준으로 높아지게 되고 이것이 통화가 1 회전하여 다시 금융기관으로 혹은 중앙은행으로 되돌아 오게 되면 이전에 발행한 채권금리 보다 더 높은 금리와 물가상승률, 개다가 이전 채권의 원금과 금리를 상황해야 하므로 수십 % 수준의 금리는 순식간에 수백% 수준으로 폭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카드 세개 가지고 돌려 막다 보면 처음 몇 달 동안은 충분히 쓸 만큼 쓰고 돌려 막기가 가능해지지만 어느 순간 원리금 상환 자체에 허덕일 정도로 어려워지다가 한 두달 사이에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빚이 수천만원 수억원으로 불어나는 현상과 같은 이치 인 것입니다.

왜 그런가요? 이자에 의해 불어나는 원리금의 증가 속도를 알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혹은 복리 모형). 이것의 가장 간단하지만, 비슷한 수학식은 자연대수라고 부르는 exponential 이라고 부르는 e^x가 있습니다. 보통 원리금의 증가는 자연대수의 증가와 아주 유사하게 증가합니다. 즉, 원금과 이자가 동일해 지는 순간 부터 지불해야 할 원리금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기축통화국과 비 기축 통화국의 논의로 되돌아 오면 기축 통화국의 경우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통화량 증가가 기축 통화국인 관계로 일정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자연대수적인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비 기축 통화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브레이크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경제 조치로 통화량은 자연대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오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19일 발표하기로 한 정책 내용을 살펴 봅시다.

1. 금리인하를 포함한 은행 유동성 공급책

2. 감세 정책 및 재정 정책

3. 연기금의 은행채 및 회사채 매입

1항은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는 방법이며 디플레이션에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경우 M2 의 통화증가율이 14%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제 아무리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M2 증가율의 경우 2006년도에 10%를 돌파 했으며 이 때문에 한은은 네번이간 세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 3.75%->5%대로 금리가 인상되었습니다만, M2 증가를 잡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앞에서 말한, 하이퍼인플레이션 발생의 기본 메카니즘이 언제든 동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2항을 봅시다. 감세에,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정신나간 짓입니다. 이것은 재정적자를 큰 폭으로 키워 버려 정부의 국채를 말 그대로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 천만한 접근입니다. 2항에 의하게 되면, 결국 재정적자분을 보전 하기 위한 국채에다가 새로 재정정책을 위한 국채 발행이 겹쳐지며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국채 금리가 폭등하게 되어 기준금리를 훨씬 상회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 혹은 중앙은행의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트리거가 당겨지게 되는 것 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제일 유명한 것은 1922년 1차 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승전국 배상을 위해 (전채 배상) 마르크화를 대량을 발행하는 바람에 나타난 하이퍼인플레이션 이며 사실상 이 때 처음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탄생 했습니다. 이 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금융시스템에서의 이유는 두 가지 인데,

1. 당시 독일 정부가 파산위기에 직면한 독일 기업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하고 (바로 한국의 3항과 같이)

2. 민간 은행이 예금지급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은행채 매입 및 특별 융자를 계속 했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한국의 1항과 3항)

이를 위해 독일 중앙은행은 필요 자금을 마르크화의 공급을 M2 의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하다가 그만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것입니다. 얼마 만에 그렇게 되었을까요? 단 6개월만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1922년 6월에서 11월 사이)

그러나, 그 이후 즉, 2 차대전 이후 나타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전채배상이라는 원인 대신, 정부의 재정적자 보전이라는 원인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약 5% 정도 입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들 하지요… 다음을 한 번 봅시다.

1983년 멕시코 : 위기 당시의 물가상승률은 102%

1980년대 브라질 : 1980년 100%

1983년 200%

1985년 1000%

1980년대 아르헨 :물가상승률 100,000,000,000% (1983~1992 연평균 10,000,000,000%)

1985년 볼리비아 : 물가상승률 1200%

1992~1996 우크라이나 : 물가상승률 1400%

1995년 멕시코 : 물상승률 57%, 금리 74.5%

1995년 터키 :물가상승률 89% 금리

1998년 러시아 : 물가상승률 150% 금리 최대 300%

2001년 터키 : 물가상승률 500% 금리 최대 4000%

2008년 7월 짐바브웨 : 물가상승률 231,000,000%

현재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경우는 대부분 비 기축 통화국에서 정부 국채 보전/은행권 유동성 지원/ 외환보유고 급감 이라는 세가지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19일 정부의 경제 대응책은 바로 이 세 가지 원인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은 기축 통화국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축 통화국에서 통할 수 있는 방법이 결코 한국과 같은 비 기축 통화국에서 통할 수가 없습니다.

비 기축 통화국에서 디플레이션을 막는 정책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귀결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가혹하고, 많은 희생을 낳더라도 비 기축 통화국은 비 기축 통화국이기 때문에 자국 화폐의 안정성 확보를 무엇보다 최고의 목표로하여 정책을 추구한 후, 이후 통화의 안정성이 확보 되었을 때 그 때,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건전해진 재정과 은행을 사용하여 경기확장을 추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만이 디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⑤] 구제금융,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⑤]
구제금융,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세계경제 위기를 한국경제 새 구조 만드는 기회로
2008.10.28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구제금융,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7,000억 달러를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로 가장 먼저 결정을 내렸으며, 독일 5,000억 유로, 프랑스 3,600억 유로에 이어 최근 중국마저 1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국민들이 구제금융을 반대한 이유

그런데 각국의 구제금융 결정에 대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인 금융회사만 구제해주고 정작 피해를 받게 되는 국민들을 위한 구제책은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이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이 하원에서 한 번 부결되었던 것도 국민들이 지역의원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법안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민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여론조사에도 응답자의 70퍼센트가 ‘투자은행이 파산해도 구제금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대답할 정도이다. 프랑스의 야당인 사회당 의원들은 “정부가 부담하게 되는 구제금융은 결국 국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었을 때, 우리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빠져서 이를 해결하겠다는 왜 반대할까? 실제 국내 언론은 법안 부결을 두고 “포퓰리즘”(한국경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는 나라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

국민 정서 자극하는 ’금 모으기’에 이어 ’달러 모으기’까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온 국민이 금모으기에 나서지 않았던가? 당시 은행마다 집에서 갖고 나온 금붙이를 들고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연출되었다. 회사가 힘들다는 말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비켜준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위해 약 170조 원의 공적자금, 다시 말해 우리의 세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은 올해 6월말까지 약 54.4퍼센트밖에 회수되지 못했으며, 그렇게 해서 이겨낸 경제위기 끝에 더 힘들어지는 것은 국민들뿐이었다. 이제는 달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마당이다.

이제 우리도 구제금융에 대해, 국가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해야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구제금융인지, 누구를 위한 국가경제인지 말이다. 최근 정부는 국내 은행들의 대외채무에 대해 총 1,000억 달러 내에서 3년 동안 지급 보증을 하며, 300억 달러를 추가로 시장에 공급하고, 펀드 가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이지만 결국 은행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것은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더불어 경제의 외부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외화반출을 금지하는 등의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때이다.

위기를 경제 구조 변화의 기회로

미국 국민들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국민을 구제하라”고 주장한 덕에 그나마 ‘예금보호 한도 상향’ 등의 민심 수습용 조항을 법안에 추가할 수 있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는 97년 외환위기를 한국경제의 구조전환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놓쳐버렸다. 다시 한 번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위기가 다가왔으며,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다.

문득 요즘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외신을 모아보니 대략 이런 모습이다.

“미국 41개주 경기침체 상태”( 2008.10.22)
“금융위기 후폭풍 미 ‘감원 태풍 속으로’… 미시간주서만 2만 8300명 해고”( 2008.10.22)
“자산가치 모기지 대출금 밑도는 현상 심화, 약 1200만 명 가량 언더워터 직면”( 2008.10.22)
“미 소비자, 침체전망에 약값도 아껴… 대학서는 학업 중단.연기 속출”( 2008.10.22)

▶미국 구제금융법안

공식 명칭은 ’2008 긴급경제안정화 법령(EESA. Emergency Economics Stabilization Act of 2008)’ 이다. 무너진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으로 2008년 10월 3일 최종 통과되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 증권을 통해 마련한 7,000억 달러로 금융 부실 자산 매입 △ 자산을 인수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진 스톡옵션과 연봉 제한, 정부가 해당 기업의 주식 매입(의결권은 없음) △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개인당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 △ 주택 보유자들에게 최대 1,000달러까지 세액 공제, 세금 1,490억 달러 감면 △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가 민간 부문의 지급보증 펀드를 조성하여 부실자산 보증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④] 달러가 더 이상 ‘달러’ 역할을 못한다면?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④]
달러가 더 이상 ‘달러’ 역할을 못한다면?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기축통화로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달러
2008.10.21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G7, G20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각국의 공조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과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의 5개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이 원하는 만큼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달러가 부족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를 새로 찍어서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13일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급등했고, 시장의 불안감도 누그러진 듯 보였다.

달러가 부족해? 그럼 더 찍어!

돈이 없으니 돈을 더 찍어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대책은 너무 단순해서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국통화인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만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다.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의 기본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예를 들어 국제 유가의 경우 달러를 기준으로 일단 가격이 정해지고, 각 나라의 통화를 달러로 환산하여 값을 지불하게 된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은 3가지 정도인데 첫째, 그 통화에 대한 수요와 실제 거래량이 많아야 한다. 둘째, 화폐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적은 거래비용으로도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통화의 안정성과 신용도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결국 세계패권을 쥔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셈이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금과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국제무역이 확대되자 금의 공급량이 무역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경제적 지위가 흔들리면서 파운드화 역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다국 통화체제로 전환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국의 지위가 현저히 높아지자 달러의 지위도 급부상한다.

브레튼우즈 체제, 달러가 세계의 중심이 되다

그 결과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이는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 각국 대표들이 모여서 금 1온스 당 35달러를 기준으로 달러를 금과 일정 비율로 교환하는 ‘금-달러 본위제’와 다른 나라의 통화를 달러에 대해 일정 비율로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를 약속한 것이다. 종전 후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와 달러가 차지하는 절대적 우위 덕분에 가능해진 국제경제 시스템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20여 년간 지속되다가 1971년 붕괴한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출혈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이 달러화에 대한 금태환(달러를 정해진 비율의 금과 교환해주는 것)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제통화체제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한다. 이후 미국 경제의 심각한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로 인해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되면서 달러 체제 역시 악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는 미국 중심의 현대 경제 시스템, 신자유주의 금융 시스템을 받쳐온 중요한 기둥이다. 세계 경제를 유통시키고, 신용의 도구가 되는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열심히 달러를 찍어내서 열심히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외환보유고를 걱정할 일도 없고, 우리처럼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일도 없다.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질서는?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고, 달러 유동성도 위기에 처하면서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된 후 이런 우려가 더 심해지고 있다. 달러의 무제한 공급이 지금 당면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달러 중심의 경제, 미국 중심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음을 뜻한다.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통화와 체제, 질서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나 세계무역기구(WTO) 총장 등은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은행 총재 역시 지난 총회 연설에서 “새로운 다자간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가 기본 전제부터 뒤바뀌는 역사적 순간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도.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협의하여 탄생한 국제적인 통화제도 협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이 협정을 통해 설립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우월해진 미국의 지위가 반영된 결과이며, 1971년 베트남 전쟁으로 적자가 쌓인 미국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붕괴된다.

▶고정환율제(Fixed exchange rate system)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는 제도. 금본위제도 하에서의 환율제도가 대표적이며, 절대수준으로 고정시키는 경우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상하 소폭의 변동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율 변동에 의한 국제수지의 조정이 불가능하여 불균형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다.

▶변동환율제(Floating exchange rate system)

환율을 고정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변동하는 제도. 시장의 수급관계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므로 자율적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변동이 심할 경우 환율이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다. 변동이 심할 경우는 통화당국이 개입하기도 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③] ‘닥달사’의 공포가 가져온 환율 상승

[경제 초보 이수연의 킹왕짱 쉬운 경제이야기③]
‘닥달사’의 공포가 가져온 환율 상승
수입원가 상승, 중소기업 흑자부도, 외환보유고 비상
2008.10.14 ㅣ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닥본사, ‘닥치고 본방송 사수’를 줄인 인터넷 신조어로 ‘다시보기’ 서비스 등이 활발해진 요즘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만큼은 본방송 시간을 지켜서 보자는 뜻이다. 이 말을 빌려 요즘 경제상황을 표현하자면 닥달사, ‘닥치고 달러 사수’가 되겠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믿을 것은 지금 당장 내 손에 쥔 달러밖에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공급은 멈추고, 달러 수요는 널렸다

이 같은 전세계적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작년 말 930원대였던 환율이 최근 하루에 50원 가량씩 급상승하여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달러와 원화의 교환비율이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의 가치는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달러를 팔겠다는 사람은 없을 때 환율이 상승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이 이외에도 현재 환율을 상승시키고 있는 요인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외국인 주식자금의 이탈이다. 월가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외국인들이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꾼 후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순매도 주식은 38조 6,691억 원으로, 약 3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보유고 감소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142억 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환율정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는 집권 초기 수출증대를 통한 7% 성장을 외치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시중의 달러를 계속 사들였다. 달러는 귀해졌고, 수입물가는 상승했다. 그러더니 7월부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저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달러 가치를 저렴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은 싼값에 달러를 얻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친 탓에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던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리라는 점이다.

일관성 없는 환율 정책이 문제 악화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일단 해외에 돈을 보낼 때 부담이 증가한다. 똑같은 1달러를 보내도 예전에는 900원을 환전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1,300원을 환전해야 한다. 수입물가도 상승한다. 물건을 수입하려면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데, 달러의 가격이 상승했으니 물건값도 오르는 것이다. 수입원자재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IKO에 가입된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심각해진다. 9월 말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KIKO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면서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이 1,200원선까지 오르게 되면 68.6%가 부도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미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지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흑자를 내고도 부도에 이르는 흑자부도에 몰리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환율 상승과 함께 외환보유고 확보가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고는 2,396억 7,000만 달러이다. 전달보다 35억 3,000만 달러 줄었으며, 올해 들어 총 226억 달러가 줄었다. 정부는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발생한 일임을 생각했을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의 국제적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보유고 확보는 더 중요해진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경제, 멈춰버린 화폐

‘환율대란’, ‘패닉’, ‘공포’ 라는 비명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도 50억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부족한 달러를 정부가 방출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달러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달러가 돌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달러를 아무리 풀어도 서로 제 주머니에만 묶어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하루짜리 대출도 쉽사리 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온 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 혈액이 딱 멈춰버린 꼴이다. 말 그대로 ‘경색’이다.

지금의 불신이 폭발하여 모든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찾거나, 모든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회수하는 뱅크런과 펀드런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말로만 듣던 ‘공황’이 우리 앞에 와있다.

▶KIKO(Knock-in Knock-out)

일정한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 환차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환헤지 파생상품. 환율이 계약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종료되고, 계약 구간 위로 올라가면 원금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KIKO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고환율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외환보유고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규모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국가가 급하게 필요한 자금 수요에 대비하여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는 외국돈, 외환의 규모이다.

▶외국환평형기금

달러 등 외화의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고 원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기금. 1967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라 부른다.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은행에 돈을 맡기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부실해지거나 경제가 불안해져서 예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펀드런(fund run)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고 몰려드는 상황을 말한다.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투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 이 글은 민주노동당 기관지 주간 ’진보정치’ 에도 실렸습니다.

이수연 soo@saesayon.org

현실화되는 ‘D’의 공포…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현실화되는 ‘D’의 공포…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디플레이션 공포의 현실화와 대응
2008-11-25 ㅣ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디플레이션 공포의 현실화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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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물가와 실업률 추이

■ 10월 소비자물가 1퍼센트 하락 :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
11월 19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계절조정치)가 전월에 비해 1퍼센트 하락하였다. 이는 계절조정 소비자물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1913년 소비자물가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은 1921년 2월(-3.2퍼센트)에 있었으며, 대공황 시기인 1932년 1월에도 2.1퍼센트 하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47년 2월 계절조정 통계치를 처음 발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식량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또한 0.1퍼센트 하락하여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종가 기준으로는 5년 반 만에 8,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하루 전 발표한 생산자 물가가 전월에 비해 2.8퍼센트 하락하여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시장 예상치(-0.8퍼센트)를 하회하여 시장에 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이는 지난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폭락에서 비롯되었다. 에너지물가(생산자)는 전월에 비해 12.8퍼센트 폭락하였고,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 물가는 에너지물가의 등락에 따라 부침을 반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원자재 부문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의 하락은 가계의 ‘소비’ 침체에서 비롯되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금융 부문의 신용 경색과 부채 청산이 부(負)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급속하게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7일 발표한 고용지표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농업 부문 취업자가 10월 한 달 동안에만 24만 명이 감소하였고, 10개월 동안 취업자는 120만 명이 감소하였다. 통상 연간 200만 명의 취업자가 증가한 경험(2006년 230만↑, 2007년 130만↑)에 비추어 10개월 동안 120만 명이 감소한 것은 고용시장의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고용률은 1년 전에 비해 0.9퍼센트 하락한 61.8퍼센트로 추락하였다.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실업자는 1년 동안 280만 명이 증가하여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7퍼센트 상승하여 6.5퍼센트로 치솟았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는 전 달에 비해 25만 명이 증가하였고,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2퍼센트를 넘어섰다. 또한 고용시장 악화에 따라 구직을 포기하여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구직단념자, 경제적 이유로 시간제고용 상태인 취업자 등을 포함하여 계산한 실질실업률은 11.8퍼센트로 치솟았다.

한편, 올 상반기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와 실업률의 동시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경제를 괴롭혔다.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기가 침체될 경우(푸른 색) 물가는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경기가 호황일 경우(붉은 색), 상황은 역전되어 물가는 상승하고 실업률은 다소 줄어든다.

통상적 경기변동을 관찰하면 침체는 급속히 진행되고 상승은 완만하게 진행된다. 경기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용지표는 경기가 침체될 경우 급격히 상승하고 경기가 좋아질 경우 완만하게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올 상반기에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1970년대와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바로 ‘오일쇼크’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음에도 비용이 상승하여 물가마저 끌어올린 비정상적인 국면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상품시장에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이후 7월부터 유가는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9월 금융 위기 국면에서 OPEC이 감산에 돌입했지만 경기 침체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유가는 재차 폭락하여,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하락으로 전이되고 있는 국면이다. 따라서 상품시장에서 투기자본이 다시 비이성적 유가 폭등을 초래하지 않는 한, 이제 앞으로는 불황(Depression)과 물가하락(Deflation)이 경제 현상을 지배하는 ‘D’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2. 부채 디플레이션

■ 대공황과 부채 디플레이션: ‘모든 악의 근원’
1921~22년에도 공황이 발생했지만 20세기에 자본주의가 목도한 가장 큰 경제적 재앙은 1929년 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이 발생한 이듬해인 1930년 물가는 2.3퍼센트 하락했으며, 1931년에는 9퍼센트, 1932년에는 9.9퍼센트나 떨어졌다. 1933년에도 5.1퍼센트 떨어져 대공황 기간 소비자물가는 27퍼센트나 하락하였다. 1934년이 되어서야 3.1퍼센트 상승하여 디플레이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대공황이 장기간에 지속된 것도 바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현대 통화주의자들의 이론적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피셔(Fisher)는 1933년 ‘부채 디플레이션’ 개념을 통해 대공황을 설명하였다. 그가 대공황 분석에 집착한 것은 ‘신용’을 통해 주식을 대량 구입하여 1929년 주가 폭락 사태에서 파산에 빠진 개인적인 불행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분석의 출발은 자신의 처지와 유사한 ‘과잉부채(Over-indebtedness)’였으며, 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의 결과로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1) 부채 청산은 출혈 매각(distress selling)을 초래하고, (2) 은행 대출을 상환함에 따라 통화량(deposit currency)을 축소시키고 유통 속도를 줄어들게 한다. 출혈 매각이 촉발한 통화량과 유통 속도의 축소는 물가 수준의 하락을 초래한다.”(Fisher, 1933)

디플레이션을 ‘거의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았던 그는 교환방정식에 입각하여 현상을 분석하였다. 즉 은행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통화량이 줄어듦에 따라 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핵심이다. 통화량이 줄어들어 물가가 하락하면 화폐의 상대적 가치는 다른 재화에 비해 상승하는데, 채무자의 입장에서 부채의 실질가치는 더욱 증가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채무자가 부채를 상환하면 할수록 부채의 실질가치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고 보았다. 한편 피구(Pigou)와 같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물가 하락에 따른 화폐의 실질가치 상승은 총수요를 자극하여 경기가 회복된다는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취급하였다. 엄밀한 주류 경제학의 입장에서 물가 하락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이 아니라, 시장이 자연스레 조정되는 현상이다.

물가 하락에 따른 화폐의 상대적 가치의 상승을 받아들이면, 채권자의 입장에서 이득을 초래하지만,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부채가 더욱 커지게 된다. 피구는 통상 ‘실질잔고 효과’라고 알려진 전자를 강조했고 피셔는 후자를 강조했다. 결국 경제 전체적으로는 상쇄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견해에 비해, 신고전파 종합(신고전 케인즈학파)이라고 할 수 있는 ‘토빈(Tobin)’은 분배의 개념을 도입하여 피셔의 견해가 우세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채권자보다 소득 수준이 낮다고 했을 때, 소비 성향이 높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더욱 떨어진다고 보았다. 즉 소비 성향이 대칭적이라면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물가 하락에 따른 부채의 실질가치 상승은 총수요를 줄여 물가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질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 성향을 지닌 미국의 중,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양극화가 심화된 현대적 상황에서 부채 디플레이션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악순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과잉부채 → 출혈매각 → 부채상환 → 통화량 축소(피셔) → 소비 감소(토빈) → 디플레이션 → 과잉부채 …

■ 민스키와 버냉키의 부채디플레이션
현대적 의미에서 부채 디플레이션 개념에 자산 가격을 통합한 것은 ‘금융불안정성 가설’로 유명한 민스키(Minsky)다. 그에 따르면 자산의 출혈 매각은 자산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자산을 매각할 것을 강요하여 디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고 보았다.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에서 피셔가 주로 ‘현금’에 의존했다면, 민스키는 추가로 차입을 해야 하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강조하였다. 특히 금융 위기 상황에서 자산을 동시에 매각해야 하는 경우 자산 가격 하락으로 자본 손실이 발생하고, 담보 가치 또한 하락하여 또 다시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보았다. 가령, 증권이나 현금을 담보로 주식투자 하는 경우의 반대매매도 강제 매각에 해당한다.

또한 채무자가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한계가 존재하며, 이러한 한계를 초과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인해 채권자에게 손실이 전가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자본 손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초기 소득 감소를 넘어선 소비와 투자의 연쇄적인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결국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가 민스키의 디플레이션 설명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악순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과잉 부채 → 출혈 매각 → 자산 가격 하락 → 자본 손실 → 출혈 매각 + 소비 감소 → 디플레이션 → 과잉 부채 …

한편,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버냉키는 대공황을 분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공황의 경험을 통해 이른바 ‘신용 채널’ 개념을 도입하여,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에 파급될 수 있음을 분석하였다.
물론 지나친 물가 하락이 은행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대출이 줄어들 수 있음은 이미 1930년대 케인즈가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케인즈는 투자가 저축보다 선행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은행 체제의 신용 공급 하락이 총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아무튼 버냉키에 따르면, 대규모의 채무자 디폴트와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의 정보 획득과 유동성 공급 비용이 높아져 금융 중개기관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와 담보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신용이 양호한 차입자도 신용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은행 입장에서도 역선택 문제로 차입자를 선별하는 비용이 높아진다고 보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강조하는 뉴케인즈 학파 입장에서 신용 위기와 실물 경제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그의 ‘신용 채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과잉 부채 → 디폴트 → 은행 기능 약화 → 신용 축소 → 지출 감소 → 디플레이션 → 과잉 부채 …

교환방정식에 따라 부채 디플레이션을 설명하는 피셔와 물가 하락이 화폐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려 소비를 촉진한다는 피구 등 신고전학파의 설명을 제거하면 자산 가격 하락, 은행의 중개기능 약화, 양극화에 따른 실질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하락하여 디플레이션은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채널은 상호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현대적 의미에서는 금융기관의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존재한다.

3. 부(負)의 레버리지와 정부의 역할

■ 레버리지 축소가 진행되는 과정
통상 은행은 BIS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이 10퍼센트라고 했을 때 그의 역수인 레버리지 비율은 10이 된다. 이에 비해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는 25~30의 레버리지 비율을 보인다. 특히 대규모의 레버리지 차입을 통해 투기적 거래의 대명사로 알려진 ‘헤지펀드’의 사례로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초기에 담보비율 15퍼센트로 자기자본 15를 투입하여 85를 차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금융 위기로 자산 가치가 5퍼센트만큼 하락했다면 이는 대부분 자기자본의 감소로 조정되어 레버리지는 올라가고(5.7→8.5) 담보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담보비율을 유지(마진콜 충족)하기 위해서는 차입을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차입 규모는 85에서 56.7로 하락하게 된다.

만약 헤지펀드의 거래 상대방이 위험 자산을 반영하여 담보 비율을 20퍼센트로 올릴 것을 요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차입 규모는 40으로 줄어들게 되고 추가로 투자자들이 10퍼센트만큼 환매를 요청하게 되면 자산 가치는 45로 줄어들게 된다. 자산 가치의 5퍼센트 하락에 따른 마진콜, 추가 담보 요구, 고객들의 환매 요구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자산 가치는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다.
2007년 6월,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시킨 베어스턴스 산하 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 청산이 급격히 발생하고, 모회사마저 파산하게 만든 것도 부의 레버리지 효과가 순식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단 베어스턴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가 JP모건 Asset Management(2007년 말 운용자산 447억 달러)인 것에서 알 수 있듯 헤지펀드와 금융기관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헤지펀드에 신용공여 라인 등 차입을 제공하고 지불 및 청산 등 각종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도 이들 초대형 금융기관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5만 2,000명의 대규모 감원을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던져준 시티그룹 또한, 1988년 개발한 자회사인 SIV(구조화 투자회사)의 막대한 부실로 휘청거리고 있다. 시티그룹은 이미 657억 달러의 부실상각을 단행했으며, 웰스파고에 인수된 와코비아 또한 965억 달러의 부실을 발표하였다. UBS 또한 486억 달러의 부실상각을 단행하는 등 금융기관의 부실상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차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의 평가와 심사 기능이 신용평가기관으로 이전됨에 따라 현대 금융에서 신용평가기관들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이 이번 금융 위기로 추락한 위상을 만회하기 위해 지속적 등급 하락을 단행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BIS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아무튼, 금융기관의 부의 레버리지에 따른 자산 매각, 대출 축소, 신용 회수 등은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하락을 유발하여 디플레이션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부채디플레이션 분석에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추가로 고려하면 다음과 같이 부채 디플레이션 채널을 정리할 수 있다.

■ 물가하락이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물론 위의 부채 디플레이션 채널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것이고,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빠져 있다. 상품 가격의 하락은 기업의 수익성 하락과 직결된다.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어 물건을 팔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게 되면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노동력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줄이게 된다. 이는 개별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일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고용과 임금이 하락해 소비가 줄어들어 가격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한다.

물론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은 이미 계획돼있던 투자 계획도 철회하게 되고, 신규 투자보다는 M&A 등 저가의 기업 인수에 매몰되어 투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부도나 파산에 직면한 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소비 측면에서도 디플레이션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내구재에 대한 소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비내구재에 대한 소비는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고용이 악화되면 구매력이 떨어져 전체적인 소비 규모는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경제에서 중요하지 않았던 부(富)의 효과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올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만 현재까지 32조 달러가 사라졌다. 미국의 가계가 소유한 주택 가치가 20~25조 달러로 추정되므로 20퍼센트 하락했다고 가정하면 4~5조 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가계가 지닌 담보 가치 하락은 대출 축소와 부채 청산을 위한 저축 증가로 이어지고, 현금 흐름의 감소는 소비를 더욱 축소시키게 된다.

■ 한국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짓이라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3년 전에만 발생했어도 한미FTA, 자본시장통합법, 금융허브 정책 등은 전면 재고되었을지 모른다. 반면, 3년 후에 발생했다면 한국 경제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충격에 휩싸였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규제 완화-감세-민영화-한미FTA를 4대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적으로 실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부문의 규제 완화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자본과 대규모의 파생상품들이 무차별적으로 도입되어 자본시장은 거의 아비규환이 되었을 것이다. 공공부문의 민영화가 대규모로 진행되어 유가 폭등 속에서도 공공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며, 법인세, 종부세, 양도세 등 돌이킬 수 없는 항구적 감세 정책이 추진되어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정부의 곳간은 텅텅 비었을 것이다. 엄청난 재정적자 탓에 정부는 확대 재정 지출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식물 대통령-식물 정부로 전락했을 것이고, 국민 경제는 나락으로 치달았을 것이다.
미국 경제에 구조적으로 더욱 통합되어 금융 위기는 직격탄으로 다가왔을 것이며, 무역 적자 회복을 위한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에 적자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농업은 더욱 피폐해 졌을 것이다. 결국 미국의 금융 위기가 발생한 시기만 보면, 전자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후자는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 규제 완화-감세-민영화-한미FTA, 즉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희망은 없다.

가계와 기업, 그리고 이를 신용으로 연결하는 금융기관을 현대 금융 경제의 3대 주체라고 한다. 그러나 가계, 기업, 금융기관 모두 신용 위기에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정부밖에 없다. 이 비상 시국에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기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동원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은행의 건전성이 취약해 진 것은 다음 몇 가지에서 비롯된다. 우선, 가계 및 건설사에 대한 부동산 대출에 집중하여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부실대출의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원화 가치 상승과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하여 달러 및 엔화 단기차입을 통한 통화, 이자율 스왑 등 ‘차익거래’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대규모 평가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연간 수조원의 순이익을 창출했지만 호황기에 취해 대규모 배당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의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 또한 최종 대부자로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을 총 수신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정책을 선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시중금리의 인하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환경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중앙은행이 지닌 ‘카드’만 버리는 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전 세계 모든 금융기관의 BIS비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엄격한 BIS비율 준수나 제고를 강요하거나 압박할 필요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레버리지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BIS비율은 경기 변동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BIS비율 기준을 높여서 자본금을 확충하도록 하여 대출 확대에 따른 버블을 방지하고, 경기가 불황일 때는 BIS기준을 조정하여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최근 은행들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 회수와 후순위채 발행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은행의 건전성 및 거시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은행의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동시에 진행하여, 할부금융사, 카드사, 리스사 등 제2금융권의 채권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은행이 7.8~8퍼센트의 금리로 채권을 신규로 발행하니 다른 채권의 만기 연장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후순위채 발행은 은행의 보완자본(Tier 3)을 증가시켜 BIS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나, 조달 비용이 높으므로 시중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부채 증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기 위한 무차별적인 대출 회수 및 만기 연장 중단은 기업의 현금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본자본 대비 BIS비율이 건전성 기준의 핵심이므로 오히려 배당 성향을 낮추어 내부 이윤으로 전환하거나 증자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신용 경색과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은행 자체의 자구 노력에 한계가 있다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자본금 확충으로 은행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외환시장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단행해야 한다. 각종 세제나 운용상의 제반 규제를 피해 조세, 금융, 행정 등에서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뉴욕, 홍콩,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선물환시장이 서울 외환시장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선물, 옵션을 통한 프로그램 매수가 기초 시장을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분별한 역외 선물환 시장 확대로 신흥시장의 3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증가하였고, 국내 외환시장은 역외 선물환 시장을 추종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래 NDF시장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투자가들이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든 선물환시장이지만 지금은 환차익을 노린 투기 거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적극적 재정 지출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중소기업과 중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감세를 실시하되 대기업과 자산 소득에 대한 항구적 감세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재정 지출은 공공부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회복지 사업에 직접 지출하는 것도 좋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는 편이 고용 창출과 중소 건설사 회생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노후한 학교, 도서관, 공립병원 등을 전면 보수하고 보육시설, 요양시설, 보건소, 구민회관 등 사회복지 사업 확대를 위한 각종 인프라를 새로 정비하거나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을 전면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만취한 운전자는 사고를 내기 마련인데, 망가지고 있는 자동차에 운전면허증도 없는 만취한 운전자라면 그 자동차의 최종목적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적 기초가 아무리 튼튼해도 현 경제 관료들은 언제든지 순식간에 기초를 붕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비상경제내각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쉽’을 회복하지 않으면 수십, 수백 조를 쏟아 부어도 죽은 경제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민과 시장의 원성을 사고 있는 재정경제부 장관의 교체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감독하는 수장들이 민간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월가에서 경제 관료가 배출되면 그들은 필연코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믿고 있는 규제와 감독을 완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일이라고는 국민 경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각종 세제, 법률, 제도, 기구 등을 폐지한 것이 전부 아닌가. 금융 부문의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여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전대미문의 경제지표들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한국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률의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비상한 각오로 우둔하고 어리석은 발상들을 한시바삐 전환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경훈 khyeo@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sight/sightview.do?paper=20081125103719568&pcd=EA01

GM의 위기, 제조업과 금융을 맞바꾼 대가

GM의 위기, 제조업과 금융을 맞바꾼 대가
제조업 타격과 구조조정, 남의 일이 아니다
2008-11-17 ㅣ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GM의 위기, 제조업과 금융을 맞바꾼 대가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금융위기는 아직 진정되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두려운 실물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이 아직 실마리조차 잡히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위기보다 더 위협적인 실물경기 침체가 오리라던 예상이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기 시작했다.

실물경기 침체가 다시 금융위기를 증폭시켜

베스트바이(Best Buy)에 이어 미국 2위의 가전 유통업체인 60년 역사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2008년 11월 10일 3/4분기 손실 약 2억 4,000만 달러를 내면서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국제우편과 화물배송 회사인 DHL 역시 미국 법인의 감원규모가 1만 5,000명으로 늘어났으며,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금융가에서는 이미 11만 명이 해고되는 등 미국 내 기업들에 구조조정과 감원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008년 3/4분기부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급격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3/4분기 소비는 이미 3.1퍼센트 감소했고, 4/4분기에는 2.9퍼센트 감소, 2009년 1/4분기에는 1.3퍼센트 감소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대전이후 최대의 소비 침체라고 할 만하다. 미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미국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소비감소는 미국 기업의 감산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자 증가로 이어진다. 2008년 10월 실업률은 6.5퍼센트로 14년만의 최고치이며 이로써 공식적인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9년 실업률을 8퍼센트 이상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10월 사이에 줄어든 일자리만 해도 120만 개에 이르는데, 2008년 9월 비농업 부문 고용 감소는 28만 4,000명이었고 10월은 24만 명이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기 시작한 2007년 12월 이후 연속되는 감소세다. 그러다 보니 2008년 11월 현재 1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는 25년 만에 최대로 389만 7,000명에 달했다.

‘미국 금융위기 → 유동성 감소와 자금조달 위기 → 소비 위축 → 기업의 감산과 구조조정 → 실업 확대 → 소비위축’의 악순환구조를 따라 미국 경제가 불황의 기나긴 터널로 진입하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실물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 악화는 다시금 주식시장 폭락과 금융회사들의 자금회수능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를 증폭시키게 된다.

미국 실물경기가 어느 수준 위기까지 치달을 것인지에 대한 시금석이 바로 자동차 3사가 몰려있는 디트로이트의 경제이며, 그 중심에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이라고 할 GM이 있다. 지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GM의 생사여부를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선거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할 오바마 체제가 2009년 1월 20일 정상적으로 출범할지의 여부도 GM을 중심으로 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회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 최대 93달러를 넘나들었던 GM의 주가는 2008년 2월까지만 해도 28달러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기 시작한 11월에 접어들자, GM의 주가는 11월 11일자 종가 기준으로 무려 2.92달러까지 무너져 내렸다. 10개월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1/10토막이 났다.

GM은 제조업의 리먼 브라더스가 될 것인가.

주가 2.92달러의 시점에서 GM의 시가 총액을 계산해보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 남짓된다. 이는 시가 총액이 68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으로 GM을 68개나 살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GM을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사실은 11월 10일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DeutscheBank)가 GM의 ‘목표 주가’를 제로(0) 달러로 제시하면서 투자자에게 매도할 것을 주문했으며, 비슷한 시각 영국 금융기관 바클레이즈(Barclays)도 GM의 목표 주가를 1달러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GM 주식은 조만간 휴지조각이 될 것이니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한 셈이다.

그런데 GM의 주가가 추락한 것은 단순히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해서 이미 위축되기 시작한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 특히 소비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

2008년 들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이미 감소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미국 자동차 업계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다. 2008년 1월에서 10월 사이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5퍼센트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일본 자동차의 8퍼센트, 한국 자동차의 1.9퍼센트 감소보다 훨씬 큰 폭이었다. 더욱이 소비위축과 실물경기 침체가 두드러진 10월 GM의 판매는 45퍼센트 감소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일본이나 한국의 자동차 판매 부진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그러다 보니 GM의 경영실적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최근 수년 동안 이어온 적자 행진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GM은 2008년 들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보고 있는 중이며, 3/4분기 손실만 해도 25억 3,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즉, ‘미국 금융위기 → 실물경기 침체 → 소비위축 → 내구재 소비위축 → 자동차 구입 감소 → GM의 손실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GM은 당장 운영할 수 있는 유동자금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2008년 11월 현재 현금 운영자금이 약 162억 달러로 알려졌다. 운영자금이 한 달에 거의 20억 달러씩 줄어들고 있는 정황을 미루어 볼 때, 정부 지원이 없다면 2009년 상반기에는 결국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 릭 왜고너 GM회장이 “GM을 파산하게 놔두면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정부의 긴급 구제 금융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전 세계로 실물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는 국면에서 매출 감소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나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역시 2008년 10월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310만 대로, 전년 대비 10만 대가 줄어들었으며 BMW를 비롯하여 주요 자동차 산업들이 조만간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알려진 일본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요타와 닛산 등 8개 완성차 업체의 감원 규모가 2008년 11월 초 현재 9,700명에 달했고 2008년 안에 1만여 명에 이를 예정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 현금 보유고까지 말라버린 GM의 생존은 그 어느 자동차 회사보다도 절박한 상황이다. 만약 GM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해서 지난 9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와 마찬가지의 운명에 내몰리면 그 파장은 얼마나 될까? 미국 자동차연구센터(CAR)에 따르면 자동차 3사 가운데 단 한군데만 파산해도 당해 실업자가 250만 명, 2011년까지 추가 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기 여파로 이미 1,000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한 미국 고용상황에 더욱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설비과잉과 부채에 의한 가수요 창출

그런데 GM이 누구인가? 2007년 도요타에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76년 동안 세계 제1위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41개국에 지사를 두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통했던 회사가 아닌가? GM은 한 해 1,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3.3퍼센트에 해당하는 940만 대를 판매하며, 한 해 1,7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왔다. GM이 거느리고 있는 전 세계 지사에 고용된 인원은 25만 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런 GM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여기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해왔던 자동차 산업 환경과 이에 대한 GM의 대응방식에 원인이 있다. 사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설비과잉으로 오랫동안 문제가 누적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2007년 현재 약 1,7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설비가 과잉되어 있다. 설비과잉은 자동차 회사들의 자산대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1970년대에는 약 20퍼센트까지 달했던 자동차회사들의 경상이익률은 현재 5~7퍼센트대로 하락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시장이 포화되어가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에서도 벌어졌다. 이는 해당 국가에의 공장증설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설비가 과잉되어 있으나, 계속해서 생산능력을 확대해가는 구조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GM을 비롯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적극적인 외주화, 분사화와 제조업 공장의 해외 이전을 통해 경쟁을 돌파하는 전략을 써 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늘지 않는 자동차 수요를 확장하기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스템을 도입하여 이른바 ‘부채’에 의한 가수요를 창출해왔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중산층은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요를 일정하게 증가해 왔는데 여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미국의 가계는 차입을 통해 부동산을 구매해 왔던 것처럼 자동차 구매 역시 차입에 의존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GM의 점유율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퍼센트에 육박하여 반독점법 대상에 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금융위기를 겪기 시작한 2007년과 2008년을 경과하면서 매우 급격하게 하락했다. 2008년 현재 미국 자동차 3사의 미국 점유율은 48.3퍼센트인 반면 일본 자동차는 39.7퍼센트로 올라섰다.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2005년 이후 GM의 적자폭은 커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2007년 387억 달러 적자(최종 조정된 손실은 230억 달러)에 이어 2008년 9월까지 이미 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미국과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위축까지 본격화되면서 절대적인 시장 축소가 진행되자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금융을 선택한 대가

그렇다면 왜 미국의 자동차 3사 중에서도 특히 GM의 쇠퇴가 유난히 두드러질까?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한 ‘경제의 금융화’ 현상이 GM에게도 예외 없이 관철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쇠퇴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2000년 이후에 GM이 거둔 이익의 상당부분은 사실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로부터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GM역시 여타의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금융회사를 사업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금융부문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금융회사가 다름 아닌 GMAC였다.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만 해도 GMAC는 GM에게 약 22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면서 GM 자동차 부문의 손실을 메워주던 효자 기업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2007년 GMAC가 낸 순손실은 23억 달러에 이르렀고 49퍼센트의 지분을 소유한 GM은 이 가운데 11억 달러의 손실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들어서면서 GMAC의 손실은 더욱 증가하여 3/4분기에만 25억 2,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한다. 이 가운데 모기지 관련 손실이 19억 달러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GMAC 역시 2000년대 과열되었던 모기지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GMAC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10월까지 총 9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M이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GMAC의 자회사인 모기지 금융업체 레지덴셜캐피털(ResCap)은 부실 채권 증가로 생존 가능성 자체가 회의적이다.

GMAC의 위기는 GM에게 직접 재정손실을 가져다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GMAC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신규 할부 대출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다시 자동차 판매 자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부진을 금융으로 메워왔던 GM이 이제 역으로 금융부문의 손실로 인해 GM 전체가 흔들리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경제의 금융화가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인 GM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들은 설비 투자 기간과 투자 회수기간이 비교적 긴 제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회수기간이 짧고 한때 고수익이 보장되던 금융부문에 치중한 결과,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회생 가능성 자체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강성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무리한 복지혜택 요구가 회사 경영을 더욱 어렵게 했으며 의료보험과 연금혜택이 부담이 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GM 몰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미약하다.

미국 정부는 GM을 살려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GM의 운명, 나아가 디트로이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0월 한 때 크라이슬러 지분 80.1퍼센트를 보유한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CerberusCapitalManagement)가 자신이 보유한 GMAC 지분 51퍼센트를 지렛대로 하여 GM과 클라이슬러 합병을 주선했지만, GM의 10월 손실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가능성이 희박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GM의 회생 가능성은 좁아지고 있다.

또한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개발’ 명목으로 의회에서 통과된 250억 달러 외에 100억 달러 긴급 구제요청을 한 GM의 요구를 부시행정부가 거절한 상태다. 그런데 부시 정부가 월가를 살려내기에만 여념이 없던 것과 달리 미국 민주당과 새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자동차 산업을 살려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주목이 된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어려움들로 인해 오바마 당선자나 미국 민주당이 나선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첫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절대적인 경쟁력 약화가 한참 진행된 상태에 있다. 둘째, GM은 이미 상당한 적자를 안고 있어 어지간한 자금 투입으로는 몇 개월도 생존하기 쉽지 않다. 셋째, 아직 금융부문의 구제 금융을 위한 재정지출은 물론,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넷째, 결정적으로 이미 과잉된 자동차 시장 국면에 더하여 절대적인 내구재 소비위축과 시장축소가 시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서 월가에서도 GM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 보다 차라리 파산시키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11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아크만은 “GM은 부채가 너무 많고 계약 조건들도 경제적이지 않아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GM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된 파산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실업 여파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월가다운 발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미국 자동차 3사(GM, 포드, 클라이슬러)의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250억 달러의 긴급 구제 금융을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7,000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돌려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자동차업계 앞에 놓인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먼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지를 가진 오바마 당선자의 취임식인 2009년 1월 20일까지 GM이 견뎌내기에는 힘든 상황에서 의회가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의회조차 상황을 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GM의 위기, 한국경제와 무관하지 않아

그렇다면 GM이 처한 절대 절명의 위기는 미국 경제만의 위기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은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02년 GM이 인수한 한국 자동차 회사인 GM대우가 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국내시장 보다는 GM본사를 통한 수출이 전체 판매의 8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다. 때문에 GM의 운명은 곧 GM대우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최근 발표에 의하면 GM대우는 토스카와 윈스톰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은 내년 3월까지 조업일수 기준 총 45일간 조업을 중지할 예정이고, 군산공장은 31일,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은 각각 10일 동안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보도되었다. 미국 GM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여하에 따라 더욱 악화될 여지도 있다. 한국 제조업이 세계 실물경기 침체의 타격을 직접 받게 되는 순간이다.

GM 대우 외에 외국계 자동차 업체인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 자동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자동차는 최근 사내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르노삼성도 이달 중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방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구조조정’, 그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경영문제가 아니다. 11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 어떤 단어보다 고통스러운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환위기 때처럼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가는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된 상황에서 대폭적인 구조조정은 경제가 다시 기대고 일어날 언덕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에서도 구조조정은 단지 해당 기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의 회생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손쉬운 답으로서 구조 조정을 쉽게 거론해서는 안 된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sight/sightview.do?paper=20081117105409073&pcd=EA01

내수기반 부실로 실물경제 휘청, 유례없는 생활고 닥칠 것

내수기반 부실로 실물경제 휘청, 유례없는 생활고 닥칠 것
글로벌 금융위기 속의 한국경제 현실과 전망(2)
2008-11-14 ㅣ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글로벌 금융위기 속의 한국경제 현실과 전망(2)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11월 7일 열린 민주노총 정책토론회 ’한국경제의 위기 진단과 대안 모색’ 에서 발표했던 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3. 내수기반 없는 수출경제의 취약성 드러낸 실물경제

1) 어두운 2009년 경제전망

2008년 경제 성장률이 1/4분기 5.8퍼센트 → 2/4분기 4.8퍼센트 → 3/4분기 3.9퍼센트 등 분기마다 거의 1퍼센트씩 떨어지면서 한국의 실물경제도 빠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IMF가 2008년 예상치를 4.1퍼센트로 전망하는 등 대부분의 기관들은 2008년 한국경제 성장치를 3.5~4.5퍼센트로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전망치는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수정한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2퍼센트로 2008년 3.7퍼센트보다 무려 1.5퍼센트나 주저앉았다. 특히 미국 -0.7퍼센트, 유로 존 -0.5퍼센트, 일본 -0.2퍼센트, 영국 -1.3퍼센트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침체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반영하여 2009년 한국경제 성장률도 4퍼센트 이상으로 보는 기관은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최대 3.9퍼센트에서 최하 1.1퍼센트로 내다보고 있으나 이마저도 앞으로 금융위기의 수습방향에 따라,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의 깊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2009년 상반기는 그 침체의 골이 가장 깊을 것으로 예상되며 침체의 장기 지속성 여부도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금융위기에 이어 본격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향후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2008년 하반기부터 이미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시작된 수출둔화와 그 영향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실질적으로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내수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2005년 기준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일본보다 2배 이상 높은 28.2퍼센트였다. 이는 10년 전인 1995년의 24.9퍼센트에 비해서도 3퍼센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출이 수입을 유발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수출이 국내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 즉 내수연관효과 역시 줄어들고 있다. 2005년 기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615로 10년 전의 0.698에 비해 낮아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돌아보면, IT버블 붕괴의 여파로 수출이 잠시 급락했다가, 다시 몇 년 뒤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이번에는 내수가 심각히 위축되었다. 그런데 신용카드 대란 이후 민간소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져 이미 국내 경기가 침체상태로 빠져들고 있으며 상반기까지 20퍼센트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해왔던 수출마저 하반기에 들어 급격한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통관 기준으로 2008년 10월까지 수출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21.3퍼센트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2007년 증가율 13.7퍼센트를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본격적인 침체로 확산되기 전의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 조차도 수출금액이 아닌 수출물량 기준으로 보면 이미 8월부터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특히 자동차 수출물량은 7월부터 빠른 감소세를 띠었다.

국민의 소비로 견인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경우 2008년 3/4분기의 소비지출 증가는 -3.1퍼센트로 후퇴하면서 경제성장률은 -0.3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나마 약 달러 덕택에 수출이 호조를 보인 탓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 자동차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2008년 10월 미국시장에서의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31, -38퍼센트를 기록했다.(GM은 -45.1퍼센트, 도요타는 -23퍼센트)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들어 한국의 대미 수출비중은 10~13퍼센트로 줄어들고 있어 수출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국은 21~23퍼센트, EU 13~15퍼센트, 아세안이 9~11퍼센트로 오히려 대미 수출비중을 앞지르거나 따라잡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하반기 들어 중국경제도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차이나쳉진국제신용평가(CCXI)는 3/4분기 경제성장률이 9.0퍼센트에 그친 중국의 2008년 경제성장률을 2007년의 11.4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9.4퍼센트로 내다봤으며 2009년에는 8.6퍼센트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7년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보다 더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의 이러한 경기침체가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할 수 있는 사례가 IT 수출 동향이다. 2008년 10월 한국의 IT산업 수출 규모는 122억 3,000만 달러로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대비 6.4퍼센트가 감소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47억 4,000만 달러로 1퍼센트가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대EU 수출은 20억 8,000만 달러로 14.5퍼센트, 대일본 수출은 6억 2,000만 달러로 26.4퍼센트나 급감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순간 우리의 수출 규모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2009년에 중국경제가 최대 8퍼센트 성장에 머물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으로 내려앉는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둔화는 기정사실화 될 것이고 한자리수 증가율을 겨우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한국경제의 동반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둔화의 원인이 수출품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저하가 아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의 자동차, IT와 같은 내구재의 절대적인 소비 위축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출 증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11년 전 외환위기에서 한국이 그나마 비교적 빨리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외 지역의 경기 호조로 수출이 대폭 증가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자체적으로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수출이 아니라 내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수출둔화는 외환시장 불안으로 치솟고 있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도 부정적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OECD 30개국 가운데 최근 경상수지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환된 나라는 벨기에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8년 들어 10월까지의 누적 무역수지는 -134억 5,000만 달러였고 한해 전체로는 월평균 100억 달러 내외의 적자가 예상된다.

2008년 10월 들어 12억 2,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이는 수출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유가격의 급락에 따른 수입증가율의 둔화 때문이다. 향후에도 수입증가율과 수출증가율의 둔화 속도에 따라 무역수지가 결정되겠지만 흑자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3) 중소기업에서 실체화될 실물경제의 타격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현재까지 부도위험에 노출된 C&우방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경우처럼 굴지의 대형 은행이 도산한 사례도 없고, 과거 외환위기 시기처럼 대기업이 도산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그 위기가 중소기업, 자영업, 고용과 같은 경제구조의 하부에서부터 심화되어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97년 당시에는 한보, 기아와 같은 대기업의 중복 과잉투자로 인해 외환위기가 일어나 은행의 부실로 전파된 결과 대기업에 고용된 정규직 직장인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면, 현재의 위기는 이미 중소기업, 자영업에서부터 누적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들은 오랫동안 경영난과 생활고에 허덕여 오던 와중에 이번 금융위기의 충격과 세계적 실물경기의 침체로 마지막 한계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치솟기 시작한 2008년 상반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국내 고용의 87퍼센트를 담당하던 한국의 중소기업이었다. 이제껏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좀처럼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와 “환헤지 상품 피해대책 촉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례다.

외환위기 이후 3~4퍼센트의 낮은 영업이익률과 대기업의 1/3 수준에 불과한 낮은 생산성으로 버텨오던 중소기업들은 한때 중국이나 동남아로 진출해 비용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기업 채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납품가의 결정권을 손에 쥔 대기업들은 납품가 인상에 인색했고, 이른바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진하며 국내 중소기업과의 연관도마저 줄여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자금줄인 은행들은 이미 수익성 위주의 경영체제로 돌아서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줄여온 터라 이들의 자금회전은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2008년 6월 92.5퍼센트(전년 동월 대비)까지 폭등한 원자재 가격은 유가가 폭락하던 9월에도 여전히 59.1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자재가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 납품가로는 더 이상 견뎌낼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져서 2008년 9월 현재 가동률 80퍼센트 이상을 유지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전체의 36.2퍼센트에 불과한 실정이고 2008년 초부터 평균 가동률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6월부터는 70퍼센트 미만으로 추락했다.

2008년 상반기 원가상승 압박이 극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아파트 분양원가 개념과 유사하게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이 원자재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도록 ‘납품가 연동제’를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면 그 차선으로 각 산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교섭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에 의한 자율교섭’ 원칙을 내세우며 납품가 연동제를 묵살해오다 중소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 밀려 이른바 ‘납품가 조정협의 의무제’라고 하는 변형안을 내놓았다. 2008년 정기국회에서 입법 예고된 이 법안은 중소기업이 납품가 조정을 신청할 경우 대기업이 협의에 응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하청업체 간 교섭력 격차를 무시한 발상에 불과하다. 중소기업들 역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자재가 상승에 이어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두 번째 어려움은 바로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라는 파생상품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키코는 우량 수출기업들이 2007년 하반기 이후 극심한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주로 외국계 은행)의 권유로 가입한 환헤지 상품이다. 그러나 2008년 들어 예상치 못한 환율 폭등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2008년 3/4분기 키코 손실액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이 10월 16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3분기 통화옵션 평가 및 거래 손실 규모가 1,526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95.02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 3분기까지의 누적손실액(평가손실 포함)은 2,974억 원으로 시가총액 1,100억 원의 3배에 달할 정도다.

이미 2008년 6월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의 손실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계약으로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은행연합회 편을 들어주었다. 최근 120여 개 피해업체가 모여 씨티, SC제일은행, 신한, 외환은행 등 13개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중소기업들이 2008년 상반기에 주로 원자재가 급등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감당해야 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여기에 금리 상승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더해졌다. 2008년 7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5조 5,000억 원을 유지하다 8월에는 1조 8,000억 원, 9월에는 1조 9,000억 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금융위기가 고점에 올랐던 2008년 10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중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독촉한 뒤 다소 늘어난 것이 2조 6,000억 원이다.

중소기업의 절박한 자금 수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자신들의 유동성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대출금의 회수를 검토할 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협박도 통하지 않고 있다.

설사 대출을 받는다 해도 평균 7퍼센트 이상인 대출금리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중소기업 상황이다. 순이자보상비율이 2005년 이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중소기업들의 이자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의 40퍼센트 가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면 된다.

원자재가와 고금리의 부담 그리고 환헤지 상품 피해로 줄도산 위기에 선 중소기업들이 2008년 상반기까지 견디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이미 2008년 3/4분기 이후 본격화 되고 있는 국내 소비위축은 중소기업의 판매실적에도 점점 더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당장 고용에 미치는 충격파가 적지 않은 것은 물론, 나아가 은행의 대출부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4) 이미 구조 조정된 자영업의 재구조조정

2008년 들어 가장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몰린 계층이 600만 자영업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상태나 영업활동 여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상징하는 집단은 단연 비정규직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2008년에 접어들면서 부쩍 자영업, 특히 영세 자영업인들의 어려운 경제형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골목경제가 흔들린다’(쿠키뉴스 2008/8/6), ‘하루 12시간 일해 고작 3만원, 폐업생각 굴뚝’(경향신문 2008/8/4), ‘점포 절반이 자릿세도 못내요’(서울신문 2008/8/6) 등 자영업인의 채산성 악화를 표현하는 극단적인 용어들이 언론매체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중국집 운영주는 “중국집을 시작한 이래 요즘이 제일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예전엔 중국집을 차리면 90퍼센트는 잘 됐다. 그런데 요새는 주변에 폐업하는 집들이 많이 생겨난다”며 그 원인으로 지난해보다 35~40퍼센트가량 오른 식자재 값과 2배가량 오른 LPG가스비를 지목했다. 지난 2월부터 자장면 등 주요 메뉴가격을 500~1,000원씩 올려보기도 했지만 손에 떨어지는 돈은 1년 전보다 100만원 넘게 줄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자영업의 실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독 자영업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지, 문제의 장단기적인 원인은 대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90년대 정부의 농정포기 정책으로 농업이 붕괴하고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감행되면서 도시의 자영업 계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전체 규모로는 선진국의 2배를 넘어섰고, 영세한 도소매 서비스업 종사자의 규모만으로도 전체 취업자의 2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초과잉 초영세 상태로 떨어진 자영업은 2003년 카드대란으로 1차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야 했고, 불과 2년 뒤 다시 2차 구조조정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2007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구조조정의 압력은 한층 급격한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 음식업 종사자의 경우 2003년에 한 차례 그리고 2005년 이후 다시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인의 수는 1년 전인 2007년에 비해 무려 7만여 명이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자물가 인상, 국내소비 위축의 가장 직접적 피해계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연한 결과로 자영업인의 소득 역시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이는 도시 근로자와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5) 유연화된 노동시장에 미칠 고용축소 충격

외환위기 이후 고용 문제의 중심에는 주로 비정규직과 관련한 이슈가 놓여있었다. 이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자 난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기침체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고용 문제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얽힌 실타래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면서도 심각한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폭과 깊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점은 한국경제 전체의 고용창출력 약화의 문제이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인 2002년~2007년에 신규취업자 수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경제가 회복기에 있던 이 기간 동안의 평균 신규취업자 수는 약 28~29만 명 정도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의 50만 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신규취업자 감소의 주된 요인은 경제성장률(GDP성장률) 하락과 제조업의 고용창출력 하락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비스업의 고용 확대가 이를 보완해 왔으나 최근 3~4년 동안은 이마저도 막혀 버렸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아예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과대 고용되어 있던 영세 자영업인들의 2차 구조조정이 2004년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창출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2008년은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2007년 7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신규취업자의 감소 추세가 2008년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는가 하면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월 23만 5,000명이던 신규취업자 수는 3월에는 18만 4,000명으로 줄어들더니 6월 14만 7,000명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급기야 9만 7,000명으로 급락했다. 정부 역시 4분기에도 1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고용창출력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그동안 비교적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던 사업자서비스 부문의 고용 악화에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새롭게 취업자 감소에 동참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창출력의 악화는 특이하게도 실업자는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채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평균 경제활동가능인구 증가분인 약 43만 명의 26퍼센트(9월 기준)만이 취업자로 흡수되었음에도 실업률은 3.2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늘어난 경제활동가능인구의 대부분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곧바로 비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실업자의 증가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층 취업준비생의 증가와 함께 남성 장년층의 ‘그냥 쉬었음’(통계청 분류) 항목의 증가가 눈에 띈다. ‘그냥 쉬었음’ 항목 인구는 2007년 현재 13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80퍼센트가 남성이다. 경제사정의 악화에 따라 이런 계층이 급속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의 추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여성 노동력의 추이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여성 취업자들은 남성 취업자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해 왔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나쁜 일자리’가 소폭 확대된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쁜 일자리’를 주도한 대표적인 계층으로 여성과 노년층 그리고 단시간 일자리 종사자를 들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이 전체 고용사정을 대표하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의 고용률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비농가 여성 고용률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41.8퍼센트에서 2007년 47.6퍼센트까지 증가했다. 한편 이 기간 동안 비농가 남성 고용률은 불과 1.3퍼센트 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핵심 노동계층과 청년 노동계층의 노동력 확대가 용이하지 않자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여성 노동력을 확대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1960, 70년대 산업화 시기 농림어업 부문이 제공했던 ‘싼값의 노동력’을 이제 여성계층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성 노동력은 대규모로 동원 가능한 최후의 노동력 풀(pool)인 셈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여성노동력의 고용지표들도 남성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남성 고용지표의 악화 속도보다는 아직 덜하지만 2003년 이후 최초로 고용률이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만일 이러한 결과가 영세한 한계기업들의 고용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는 곧 이들 기업들의 도산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대적인 감원과 고용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경제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2008년 말~ 2009년 초에는 중소기업, 건설업 등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 감산, 인력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권과 대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이는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2009년 경제성장률을 3퍼센트로 가정하며 내년 약 12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는 감세와 재정지출 등을 통한 1퍼센트의 추가 성장으로 20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1퍼센트 성장에 일자리 7~8만개가 어떻게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지 근거를 밝히고 있지는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1퍼센트 성장으로 평균 6~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2008년을 기준으로 보면 4만개에도 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주식, 펀드,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아 이자 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고용마저 축소돼 소득이 줄어들면서 말 그대로 유례없는 생활고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4. 위기를 구조전환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일로를 걷던 2008년 9월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는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한국경제의 안정성을 주장했다. 그런 자신감 탓인지 정부는 현실화되고 있는 위기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민영화 정책(8.11~10. 10),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8.21~), 감세정책(9.1), 그리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10.13)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10월에 접어들어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이 심상치 않은 국면을 예고하고 외신 발 국내 은행의 위기설이 끊이지 않자, 진지한 정책적 고려도 없이 갖가지 금융안정화 대책과 경기진작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풀어 놓기 시작했다. 과 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설익은 정책들의 남발은 오히려 향후 장기화될 불황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외환위기 이후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세계적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금융과 실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대단히 심각한 국면이다. 여전히 급격한 충격과 변동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임시방편적 응급처방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구조전환까지 감안한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며 위기의 전개 상황에 맞춰 체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1) 외부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적 기제 필요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경우 대선 이후 금융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고, 한국 역시 미국과의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경색의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성의 해소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까지는 금융경색이 기업과 실물경제를 압박했다면 앞으로는 오히려 실물경기 침체와 기업실적의 악화가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뇌관들도 아직 제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 금융변동성에 대한 어떤 완충기제도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밤사이 뉴욕증시가 폭락하면 바로 다음날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폭증하고 환율이 치솟는 상황이 2008년 9, 10월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투기세력이 제한 없이 들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처럼 시장의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보유고와 국가재정을 시장에 쏟아 붇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① 외환거래의 안정화

최근 외환시장의 극심한 불안정성은 우리가 지금처럼 외환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제약 없는 자유변동환율제를 능동적으로 운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 사실 1998년 외국환거래법을 제정해 외환시장을 자유화하고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것은 어디까지나 IMF의 요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 내부적인 여건 성숙에 따른 조치는 아니었다. 또한 향후 달러 단일 기축통화체제를 포함한 국제통화에 대한 다양한 체제전환 논의와 국제 외환시스템의 변동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외환관리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전히 시장기능에 의존하는 방식 보다는 ‘시스템적 기제’를 다시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향후 환율 불안정성이 심화될 경우외환거래법에 규정된 세이프 가드 등을 활용하여 적절한 외환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적으로도 외화가변예치제도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두어 단기적인 대규모 외환 반출입을 제어하여 급격한 환율변동과 외환경색을 막고, 대신에 중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그만큼 우대하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최근의 위기를 통해 시장에 의해 자유롭게 환율이 움직이는 자유변동환율제도는 대규모화 되고 투기적 성격이 강한 외국 금융자본에 의해 정부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적정한 수준의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지금의 대처 방식은 외환보유고를 낭비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 명확하므로 중단되어야 한다.

②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복원

현재 은행에 대해서는 당장 시급한 원화와 달러화의 유동성 공급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런 대처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을 매개로 한 금융과 산업의 장기적 관계금융은 위축되었으며,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financial intermediation) 역시 현저히 약해졌다. 대신에 수익추구를 최대 목표로 하여 수수료 수익에 매달렸으며, 시장성 수신을 확대하여 대출규모를 키우는데 주력했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이는 10월 금융위기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자금 위험에 빠진 은행에 대해 정부와 중앙은행은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은행 시스템이 붕괴하면 기업과 가계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플레이어 가운데 특히 은행은 여타 금융회사들과 분리하여 봐야 한다.

우선 은행들의 수익추구 제일주의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자금지원과 지급 보증을 해주는 조건으로 배당금 지급 금지는 물론, 당분간 대주주 주식 매각 금지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공적 자금으로 은행을 도와준 만큼 주주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도 은행 유동성위험 책임을 직원들에게 소득삭감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물어야 한다.

나아가 특히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인 지분소유제한을 다시 부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 재정이나 연기금을 통해서라도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외환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했던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제한 3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금 중개기능을 살리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에 해당되었던 기업의무대출 비율을 설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 중간 단계로 현재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은행을 자금 중개기능을 수행하는 선도은행으로 전환하여 외국자본에 넘어간 여타 시중은행들에게 자극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은행이 손실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은행직원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파생상품과 관련된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 은행들은 펀드판대로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챙겨왔다. 은행들이 2007년 펀드 판매로 올린 수수료 수익은 모두 1조 6,824억 원이었다. 전년대비 106.9퍼센트나 급증했으며, 증권사 수수료 수익보다 큰 것은 물론 은행 전체 당기 순이익의 11.3퍼센트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펀드 가치 하락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동안 은행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고객 대면 접촉도 가장 넓고, 신뢰도도 높은 은행이 손실위험이 있는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막대한 범위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③ 자본시장 탈동조화와 직접 금융으로서의 역할 확보

이제까지 우리는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소유비중이 높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부정적 결과가 있을 수 있는지 충분히 학습했다. 미국 등 선진자본시장과 완전히 탈동조화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완충장치를 갖춰 외국인들이 쉽게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는 현금 창고 역할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적인 시장메커니즘을 통해서 선진국 수준인 25퍼센트 전후로 외국인 지분율을 조절해낼 수 있는 국내 자본규모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지분소유 제한을 다시 부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하며, 그것이 어렵다면 외국인이 단기 차익매매를 할 수 없도록 단기차익 매매에 대해 높은 자본 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 현금 배당 송금을 일시에 할 수 없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사실 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 1월~10월 동안 112개의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9퍼센트가 늘어났던 수이다.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유상증자나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극히 어려운 실정인데 반대의 경우가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균형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모델을 기초로 한 자본시장 통합법 역시 무기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내년 연말로 예정된 헤지펀드 허용도 유보해야 한다. 여전히 금융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재편이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내수기반 확충을 통한 경기침체 대비

현 정부는 ‘규제완화와 감세 → 수출 대기업 투자활성화 → 중소기업 활성화 →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적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더욱이 현재 수출부진은 수출기업의 내부적 문제 보다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에서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수출지원에 정부의 재정을 쏟아 붓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다. 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내수 연관효과가 적어 국민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대기업 수출지원 대책에 역점을 두기 보다는 대규모 부도위기로 갈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살리고, 자영업이 살아갈 숨통을 터주어야 하며 고용과 소득을 늘려서 내수 구매력을 창출하는데 정부의 재정여력과 정책 수단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①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존기반 확보

최근 정부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대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납품가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하청 중소기업의 경영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다. 즉, 100개의 중소기업 정책보다 ‘납품가 원가 연동제’ 하나가 훨씬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가 원가 연동제가 자율계약 침해라고 밝혔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로서 하청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맞출 최선의 방안이다. 납품가 연동제를 공정거래법 안으로 법제화하고, 중소기업청 산하에 중립적인 원가조정 센터를 두어 원가 변동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방식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업 거래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에게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독촉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할 가장 유력한 대안 역시 중소기업의 납품가 연동제를 받아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장 급한 중소기업 자금조달 문제를 보다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후선에 서서 은행을 통한 지급보증이나 자금지원을 하고, 시중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출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거의 자금중개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상업은행들에게 정부가 자금을 쏟아 부어봐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게는 자금이 흘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국민·우리·신한 3개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이 신보의 보증서를 갖고 가도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철저히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 시중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것은 사실상 ‘지원 대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분주한 것이 아니라 도산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하며 살생부를 만들고 있는 마당이다.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회복은 중장기적 과제로 둔다 하더라도, 당장 비상시국에서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해 직접적인 자금조달 통로와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주요 상업은행과 대기업 부실을 막기 위한 구제금융 대책이 필요하듯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위한 구제금융 대책 역시 필요한 때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지원 기금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정부재원으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빠른 실사과정을 거쳐 융자를 해주거나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아직 국책은행으로 남아있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재고되어야 한다.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지원이 여의치 않자 정부 스스로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활용하여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 중소기업을 위한 국책 공공 금융기관이 왜 필요한지는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끝으로 소기업이나 자영업인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카드수수료 인하 역시 촉구나 권장 사항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적용해야만 실효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장기화될 실물경기 침체상황에서 우선 중소기업들의 생존 조건을 확보한 후 중소기업과 내수기반중심의 경제로 구조 전환하는 방향에서 경제위기 탈출구를 찾아 나가는 길이 가장 빨리 침체를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다.

② 고용을 통한 구매력 창출과 내수 진작

미국 경제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장기화될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을 견뎌내면서 안정적으로 경기회복을 도모하자면, 고용과 소득을 늘려 구매력을 창출하여 내수를 견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을 비용으로 치부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추구는 결국 부채경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대에 토목공사를 해서 내수를 부양하는 것 역시 맞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감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로 11조원의 공공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SOC투자 확대 등 건설투자 확대가 4.6조원으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수년간 고통스런 경기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공사 보다 대규모 사회서비스 사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안은 예상되는 경제난 속에서 저소득층, 육아, 노인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대거 확충해주고 고통을 완화해주는 한편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현재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되는 사회서비스 영역 확충도 달성할 수 있다. 즉, 대규모 토목공사 대신에 대규모 사회서비스 사업으로 내수 창출과 경기부양,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이를 발판으로 경기회복 이후 사회서비스 영역을 현대화시켜 나가는 기회를 열어야 한다.

아울러 큰 폭으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은 실업자 군을 위해 실업급여 기간을 늘리고, 청년실업자와 재취업자에 대해서도 정부의 임금 지원금액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현재의 방식으로 은행과 기업에게 자금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고용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http://www.saesayon.org/sight/sightview.do?paper=20081114120410592&pcd=EA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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